수도권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 수입 중고차가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자료사진
수도권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 수입 중고차가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자료사진

- 해마다 중고차 매매시장 소비자 피해 증가

허위 매물 저렴하게 올리고
“그車 문제있으니 이車 사라”
1.5 ~ 2배 비싼값에 강매

“시승행사 당첨됐다” 유인후
캐피털 대출 사인받고 잠적
계약서 썼다면 철회 힘들어


직장인 박 모(38) 씨는 10년 넘게 타던 국산 차를 처분하고 수입 중고차를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검색했다. 다른 곳보다 평균 500여만 원 싸게 매물로 나온 수입 중고차를 찾은 그는 매매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딜러로부터 “차가 급발진을 한다”거나 “할부 승계를 해야 한다”는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다며 다른 차를 구매할 것을 권유받았다. 박 씨는 “마음에 들지 않는 차를 비싼 값에 주고 살 수밖에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차량 구매자 김 모(36) 씨는 일본 혼다 CR-V 중고 차량을 구매했다가 비싼 수리비를 뒤집어쓰고 말았다. 그는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딜러에게 분명히 누유 현상이 없다고 들었고, 성능 상태 점검 기록부상에도 ‘누유 사실 없음’으로 표기돼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약 2주 뒤 파워 스티어링 쿨러 호스에서 누유가 발견돼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아야 했다. 김 씨는 곧바로 중고차 매매 사업자에게 보증수리를 요구했지만, 판매 당시 이상이 없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차량 수리비는 김 씨의 몫이 되고 말았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가의 중고 수입차 매물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고차 거래업체 SK엔카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매물로 등록된 수입 중고차는 21만5118대로 2015년에 비해 약 26% 증가했다. 이 중 1억 원 이상의 매물 수는 2015년 대비 67% 늘어난 2만9564대를 기록했다. 수입 중고차가 전체 중고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시장이 성장하자 운전자들이 차량을 바꿀 때 기존보다 가격대가 높은 고가의 브랜드를 찾으면서 중고차 매물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입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만큼 악덕 딜러에게 피해를 본 사례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분석에 따르면 전체 중고차 매매 피해 중 수입차 비중은 2015년 27.6%에서 2016년 31%, 2017년 34.3%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흔한 피해 사례는 시세보다 턱없이 싼 매물로 소비자를 유인해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시세보다 저렴한 허위 매물을 소개해 경기 수원이나 부천 등 매매단지로 방문을 유도한 뒤, “인터넷에서 본 저렴한 차량은 이미 팔렸다”거나 “중대 하자를 뒤늦게 발견했다”며 다른 차량 구매를 권유하는 식이다.

경기 부천 오정경찰서는 지난해 9월 허위매물로 차량 구매자들을 유인한 뒤 평균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한 중고차 매매상 송 모(27) 씨 등 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 씨 등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인터넷 허위(미끼)매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1차 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그리고 계약금과 차량대금을 받은 뒤 “급발진 차량”이라거나 “경매 차량이라 압류가 될 수 있다” “차량에 하자가 있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계약을 포기시키고, 해약의 책임을 물어 차량대금을 줄 수 없다고 해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구매자들에게 평균 시세보다 1.5~2배 과다한 돈을 받고 차량을 판매했다. 대전에서 차를 사러 온 한 피해자는 2009년식 BMW X6 차량을 600만 원에 판매한다는 광고 글을 보고 송 씨 등을 만났다가 시가 3100만 원인 2015년식 BMW X4 중고차를 2배 이상 비싼 7330만 원에 강매당했다.

서울에서는 중고차 딜러가 조작 기술자와 짜고 수입차의 주행거리를 조작해 판매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중고차 판매원 이 모(42) 씨는 2016년 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경매업체에서 낙찰받은 중고차량 130대의 주행거리를 낮춰 시세보다 100만∼500만 원 비싸게 판매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씨는 조작 기술자에게 주행거리를 변경할 수 있는 전문장비를 중고차의 차량 기관제어시스템(OBD)에 연결해 주행 거리를 감소시켜 일반에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가의 수입차를 무료로 타게 해주겠다고 속여 소비자를 울리는 사기 수법도 성행하고 있다. 딜러들이 무료 시승 이벤트를 미끼로 거액의 보증금을 내도록 한 뒤 잠적하는 식이다. 고가의 수입차를 3~6개월간 무료로 시승할 수 있다며 소비자를 현혹한 뒤 중고차를 고가에 매입하도록 유도한다.

SNS에 ‘무료 시승 이벤트에 참여하라’며 홍보 게시물을 올린 뒤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당첨됐다”고 연락, 중고차 판매장으로 끌어들여 보증금으로 2000만~3000만 원을 내야 하니 캐피털 대출을 받으라고 유도한다. 이를 위해 중고차 판매상이 대부업을 겸하면서 자신의 업체에서 대출까지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명의 이전도 이뤄지는데, 중고차 판매계약이 체결되는 것과 같은 효력이 있다. 약속된 3개월이 지난 뒤 차를 반납하려고 하면 “시세가 바뀌었다”며 기존의 보증금보다 턱없이 낮은 금액을 돌려주는 식으로 재매입하거나, 아예 잠적해 버리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실제 경찰에는 고급 외제차 판매를 이유로 높은 이자의 대출을 유도하거나, 소유권을 넘겨주고도 차량은 주지 않았다는 등의 피해 사례가 적지 않게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계약서를 쓴 뒤에는 되돌리기 힘드니 함부로 계약해선 안 된다”며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다는 판매자는 반드시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 = 박성훈 기자 pshoon@,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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