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 이색 신년맞이
스페인, 포도 12알 먹기
새해 12개월 행운 빌어
칠레, 가족·친구 묘 찾아
망자와 함께 ‘송구영신’
네덜란드, 영하 수영대회
바다에 안 좋은 일 씻어내
12월 31일의 바로 다음 날일 뿐이지만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새해(1월 1일)’는 언제나 ‘새로운 출발(리셋·reset)’의 의미로 다가온다. 지난해의 아픔과 힘듦은 모두 잊고 다가올 날들의 건강과 풍요를 기대하는 바람은 전 세계인의 마음이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새해를 시작하는 방법만큼은 천차만별이다. 타종 행사에서부터 접시 깨기까지, 나라마다 이색적인 새해맞이로 2019년이 시작됐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열리자 33번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중생을 괴로움에서 구제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33개로 분리했다는 불교의 관세음보살 이야기에서 유래한 타종 횟수다.
해외에서도 상징적인 신년 타종 행사가 많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일본 전역의 각 사찰에서는 108번 종을 울리는 타종 행사가 열렸다. 심야에 울리기 시작해 해가 바뀐 1월 1일 오전 2∼3시까지 계속되기도 하는데 108번이란 타종 횟수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의 108번뇌를 진정시키기 위함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스페인에서는 12월 31일 자정, 새해를 알리는 12번의 종소리에 맞춰 포도 12알을 먹는 신년맞이 풍습이 있다. 새로 시작되는 12개월 동안의 행운과 안녕을 비는 의미다.
칠레나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국가에서는 자정에 울리는 12번의 종소리를 들은 후 여행 가방을 싸서 떠나는 풍습이 있다. 이렇게 하면 새해에 더 많은 곳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신년맞이를 위해 특정 문양이나 색을 기념하기도 한다. 둥근 문양이 돈과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필리핀인들은 새해가 되면 물방울무늬 옷을 입는다. 주머니나 지갑 역시 동전으로 가득 채우고, 수박, 오렌지와 같은 둥근 과일을 먹는다.
붉은색이 건강을 상징하는 터키에서는 새해 첫날 붉은 속옷을 입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붉은 속옷을 선물한다. 또 자정이 되면 붉은색 과일인 석류를 현관문 앞에서 부순다. 더 많이 조각나고 석류알이 더 멀리 흩뿌려질수록 새해가 성공적일 것이라고 믿는다.
덴마크에서는 석류 대신 접시를 깨부순다. 지난 한 해 동안 일어났던 좋지 않은 일이 새해에는 모두 사라지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아 잘 쓰지 않는 접시를 이웃집이나 친한 친구 집 문에 던져 깨는 것이다. 덴마크인들은 새해 아침에 일어나 문밖에 나갔을 때 집 앞에 접시가 많이 깨져있으면 깨져 있을수록 ‘인기인’임이 증명되는 것과 동시에 새해에 더 많은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신이나 망자와 함께 새해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브라질에서는 새해가 되면 강과 바다의 여신인 ‘예만자(Yemanja)’를 기린다. 예만자는 아프리카 요루바족의 토속 여신으로 아프리카 노예들과 함께 아메리카대륙으로 건너온 것으로 전해진다. 예만자를 믿는 이들은 그에게 꽃과 향수, 선물, 편지 등을 바치는 동시에 노래하고, 춤추며 세계 평화와 번영, 행복을 축복해달라 빈다.
신년맞이 행사라고 했을 때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만한 장면은 아니지만 무덤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도 있다. 칠레 중부 탈카 주민들은 그들이 사랑했던 가족이나 친구 무덤을 방문해 망자와 함께 신년을 맞는다.
동물이나 식물에게 가족과 친구의 안녕을 비는 경우도 있다. 루마니아, 벨기에의 농부들은 그들이 키우는 동식물에게 속삭이면서 소원을 빌고 또 반대로 그들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귀 기울인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극한 체험’이라고 할 수 있는 신년맞이 행사가 펼쳐지기도 한다. 지난해 있었던 나쁜 일들은 모두 씻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는 의미로 해수욕장을 찾아 바닷물에서 수영하는 것이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서 일어나는 수영대회인 만큼 ‘북극곰 수영대회’라고도 불린다. 물이 얼음장같이 차가워도 새해를 맞는 네덜란드인들의 마음만큼은 뜨겁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는 새해를 앞두고 묵은 술 비우기에 돌입한다. 집에 술이 남아 있으면 나쁜 기운이 들어올 수 있다고 믿어 새해가 시작되기 전까지 집안의 모든 술을 마시는 것이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스페인, 포도 12알 먹기
새해 12개월 행운 빌어
칠레, 가족·친구 묘 찾아
망자와 함께 ‘송구영신’
네덜란드, 영하 수영대회
바다에 안 좋은 일 씻어내
12월 31일의 바로 다음 날일 뿐이지만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새해(1월 1일)’는 언제나 ‘새로운 출발(리셋·reset)’의 의미로 다가온다. 지난해의 아픔과 힘듦은 모두 잊고 다가올 날들의 건강과 풍요를 기대하는 바람은 전 세계인의 마음이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새해를 시작하는 방법만큼은 천차만별이다. 타종 행사에서부터 접시 깨기까지, 나라마다 이색적인 새해맞이로 2019년이 시작됐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열리자 33번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중생을 괴로움에서 구제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33개로 분리했다는 불교의 관세음보살 이야기에서 유래한 타종 횟수다.
해외에서도 상징적인 신년 타종 행사가 많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일본 전역의 각 사찰에서는 108번 종을 울리는 타종 행사가 열렸다. 심야에 울리기 시작해 해가 바뀐 1월 1일 오전 2∼3시까지 계속되기도 하는데 108번이란 타종 횟수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의 108번뇌를 진정시키기 위함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스페인에서는 12월 31일 자정, 새해를 알리는 12번의 종소리에 맞춰 포도 12알을 먹는 신년맞이 풍습이 있다. 새로 시작되는 12개월 동안의 행운과 안녕을 비는 의미다.
칠레나 파라과이,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페루 등 중남미 국가에서는 자정에 울리는 12번의 종소리를 들은 후 여행 가방을 싸서 떠나는 풍습이 있다. 이렇게 하면 새해에 더 많은 곳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신년맞이를 위해 특정 문양이나 색을 기념하기도 한다. 둥근 문양이 돈과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필리핀인들은 새해가 되면 물방울무늬 옷을 입는다. 주머니나 지갑 역시 동전으로 가득 채우고, 수박, 오렌지와 같은 둥근 과일을 먹는다.
붉은색이 건강을 상징하는 터키에서는 새해 첫날 붉은 속옷을 입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붉은 속옷을 선물한다. 또 자정이 되면 붉은색 과일인 석류를 현관문 앞에서 부순다. 더 많이 조각나고 석류알이 더 멀리 흩뿌려질수록 새해가 성공적일 것이라고 믿는다.
덴마크에서는 석류 대신 접시를 깨부순다. 지난 한 해 동안 일어났던 좋지 않은 일이 새해에는 모두 사라지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아 잘 쓰지 않는 접시를 이웃집이나 친한 친구 집 문에 던져 깨는 것이다. 덴마크인들은 새해 아침에 일어나 문밖에 나갔을 때 집 앞에 접시가 많이 깨져있으면 깨져 있을수록 ‘인기인’임이 증명되는 것과 동시에 새해에 더 많은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신이나 망자와 함께 새해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브라질에서는 새해가 되면 강과 바다의 여신인 ‘예만자(Yemanja)’를 기린다. 예만자는 아프리카 요루바족의 토속 여신으로 아프리카 노예들과 함께 아메리카대륙으로 건너온 것으로 전해진다. 예만자를 믿는 이들은 그에게 꽃과 향수, 선물, 편지 등을 바치는 동시에 노래하고, 춤추며 세계 평화와 번영, 행복을 축복해달라 빈다.
신년맞이 행사라고 했을 때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만한 장면은 아니지만 무덤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도 있다. 칠레 중부 탈카 주민들은 그들이 사랑했던 가족이나 친구 무덤을 방문해 망자와 함께 신년을 맞는다.
동물이나 식물에게 가족과 친구의 안녕을 비는 경우도 있다. 루마니아, 벨기에의 농부들은 그들이 키우는 동식물에게 속삭이면서 소원을 빌고 또 반대로 그들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귀 기울인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극한 체험’이라고 할 수 있는 신년맞이 행사가 펼쳐지기도 한다. 지난해 있었던 나쁜 일들은 모두 씻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는 의미로 해수욕장을 찾아 바닷물에서 수영하는 것이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서 일어나는 수영대회인 만큼 ‘북극곰 수영대회’라고도 불린다. 물이 얼음장같이 차가워도 새해를 맞는 네덜란드인들의 마음만큼은 뜨겁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는 새해를 앞두고 묵은 술 비우기에 돌입한다. 집에 술이 남아 있으면 나쁜 기운이 들어올 수 있다고 믿어 새해가 시작되기 전까지 집안의 모든 술을 마시는 것이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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