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육업체서 100억 투자
인포그래픽 결합한 사전 개발
하반기 본격 서비스後 책 출판
“‘지식인’한때 위세 떨쳤지만
정확한 정보 다루는 이들 떠나
깊이있는 저술·편집의 힘으로
콘텐츠의 질적 차별화 이끌것”
“공부에 필요한 개념들과 사고방식을 안내해 줄 ‘단단한 콘텐츠’가 있다면, ‘좋은 독자’들과의 ‘연결’은 반드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새해 출범한 ‘이성과감성 콘텐츠연구소’의 장은수(51) 대표. 인포그래픽과 결합한 서술형 사전 형태의 콘텐츠를 개발해 모바일 기반으로 제공할 이 연구소는 국어 교육업체인 ㈜이감이 향후 5년간 1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해 관심을 모았다. 민음사에 편집자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지냈고 이후 편집문화실험실을 열어 독서와 출판에 관해 연구하고 글을 써온‘읽기 중독자’ 장 대표를 영입한 것도 기대를 모으게 했다.
장 대표가 말한 ‘콘텐츠’와 ‘독자’의의 ‘연결’은 지속적 위기를 말하는 한국출판계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국내 출판계는 콘텐츠에 관한 투자가 적어 특정 분야의 비슷한 책만 나온다는 지적이 있었다. 민간에서 100억 원의 콘텐츠 투자는 이례적이다. 장 대표는 지난 연말 인터뷰에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이게 시장성이 있나?’라는 생각이 앞섰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을 고려하지 말고 ‘질 높은 콘텐츠’에 집중해 달라는 투자자의 요구와 콘텐츠 개발에 관한 전권도 주어져서 “좋은 콘텐츠는 반드시 좋은 독자를 끌어들이고, 함께 생각을 다듬어 나가면서 해 볼 수도 있겠다는 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장 대표가 구상하는 콘텐츠는 어떤 것일까. 장 대표는 옥스퍼드대에서 나오는 ‘Very Short Introduction’ 같은 최신 학문의 성과까지 담고 있는 단단한 학문 입문서나, 세계적인 수학자인 김민형 옥스퍼드대 교수의 ‘수학이 필요한 순간’ 같은 학문적 사고 자체를 전해 주는 콘텐츠를 예로 들었다. 장 대표는 “인간이 있는 한 공부가 사라질 리 없다”면서 “초연결의 창발적 힘에 의해서 새로운 지식이 끝없이 생겨나고 낡은 지식이 빠르게 사라지는 세상에서, 여전히 가장 창조적인 인간들(저자들)과 함께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7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랜덤하우스의 CEO 마커스 돌은 “더 이상 어떤 형태를 선택할 것인가는 출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영미권이나 유럽, 일본만 해도 출판산업 전체가 콘텐츠 비즈니스 쪽으로 움직여 가는 것은 부동의 사실”이라며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다른 형태든, 세상에 필요한 콘텐츠를 개발해서 독자들과 이어주는 것이 출판의 과제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온라인에는 ‘지식인’이나 ‘위키’ 등의 이른바 ‘대중지성’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콘텐츠 부족을 말하고, ‘페이크’의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장 대표는 “예컨대, 네이버 ‘지식인’이 한때 위세를 발휘했지만, 이미 정확한 정보를 다루는 이들은 떠나고 있다. 편집되지 않은 지식이나 연구 사회의 결과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지 못한 지식은 ‘믿을 수 없는’ 지식이며 상식 수준의 ‘무료’ 지식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위를 판별할 수 있도록 누군가 책임을 지는, 저술의 깊이와 편집의 힘이 어우러지는 콘텐츠는 너무 부족하다”며 “정확하고 믿을 수 있으며, 친절하면서도 권위가 있고, 시의성 있으면서도 깊이 있는 서술형 사전을 개발하는 데 진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출판은 책을 판매하는 사업이 아니라 ‘읽기’를 판매하는 사업이다. 읽는 주체, 즉 독자를 생산하지 못하면 출판의 미래도 없는 것”이라며 “종이 읽기는 지난 500년 동안 읽기의 중심에 있었지만, 이제 화면을 통해 ‘편집된 정보’를 읽는 습관을 가진 독자를 생산할 수 없다면 출판은 급격히 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콘텐츠의 질적 차별화로도 네이버 지식백과 이상의 정련된 정보를 습관적으로 읽는 독자를 만들어내는 일에 도전해 보겠다”면서 “SNS에서 일상의 정보를 무료로 공유하는 것도 즐겁지만, ‘좋은 지식’을 접해서 배우고 적시에 익히는 즐거움도 크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종이책 출판은 그다음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2023년에 단행본 200권 분량의 사전형 콘텐츠를 완결할 계획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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