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주 前 駐폴란드 대사, 前 유엔군축자문위원

유럽 대평원의 중앙에 있는 폴란드는 한반도에 자리잡은 대한민국과 지정학적 환경이 유사하다. 그러다 보니, 국력이 약해졌을 때는 빈번하게 주변국의 침략을 받곤 했다. 폴란드인들은 17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100년 넘게 러시아와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에 의해 국가가 해체되는 엄청난 고통을 당한 데 이어, 1939년부터는 제2차 세계대전에 휩쓸려 무수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1945년 종전부터 1989년까지는 공산독재 치하를 경험했다. 처절한 역사의 질곡을 경험한 폴란드는 1989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체제를 전환한 이후, 오늘날에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일원으로서 고도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러시아령(領) 칼리닌그라드와 접경하고 있는 폴란드는 같은 슬라브족(族)이면서도 스탈린 시대 등 과거 수차례에 걸쳐 자국을 유린한 러시아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NATO의 동부전선 4국(폴란드 및 발트 3국) 중 핵심 국가인 폴란드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사태 및 이후 계속되는 러시아의 복합적인 안보 위협(이른바 ‘hybrid threat’)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 주도 NATO 연합군을 전진 배치한 데 이어 2020년까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특히, 폴란드는 미국과의 군사동맹 강화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독일의 단치히(오늘날 그단스크) 침공 당시 동맹국이던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 선전포고만을 했을 뿐, 폴란드를 적시에 도와주지 않은 데 대해 배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폴란드는 집단 안보 기구인 NATO에만 자국의 안보를 맡길 수 없다고 판단, 러시아의 위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폴란드는 미국과의 동맹을 최우선시하는 등 친미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는 의미에서 2017년 7월 유럽 국가 중 폴란드를 처음으로 방문해 고통스럽던 과거를 극복하고 자유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이룩한 폴란드인들의 용기를 칭송한 바 있다. 미군의 상시 주둔이 동맹의 핵심이라고 인식하는 폴란드는 사단 규모의 미군 주둔에 필요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용을 부담하겠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폴란드에 신설될 미군기지의 이름도 ‘트럼프 요새(Fort Trump)’로 부를 것을 제안한 상태다.

폴란드가 미국의 협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처럼 노력하는 모습은 비슷한 지정학적 상황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빈틈없는 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고통스러웠던 우리의 역사가 잘 보여준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게 마련이다. 우리 안보의 초석은 한·미 동맹이다. 통일된 뒤에도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의 호구(sucker) 발언으로 올해 주한미군 분담금 협상에 난항이 예상되는 등 한·미 동맹의 미래가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는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려는 폴란드의 노력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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