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남긴 채 종적을 감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3일 오전 11시 19분 고려대 재학생·졸업생 인터넷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유서 성격으로 보이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아래는 신 전 사무관이 남긴 글의 요약.
아버지 어머니 정말 사랑하고 죄송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되어요. 충분히 제가 지적한 여전히 지속되는 행정 내부의 문제에 대한 근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메신저인 제가 너무 경박하게 행동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죽어서 조금 더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1. 내부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2. 비상식적인 정책 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 결정과정을 국민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 죽어서 아쉽네요. 어차피 폭로할 거라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됐었는데. 죽음으로라도 제 진심을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폭로한 건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부채의식 때문이었어요. 이걸 말하지 않으면 다른 것을 못할 거라는 부채의식.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정말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아서 말한 거예요.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다들 아무 일도 아니라 하는데, GDP 대비 채무비율 향상을 위해 적자 국채 추가 발행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요? 아무리 그게 미수라 하더라도, 정책 최고결정자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그 후 청와대에서도 추가 발행하라고 하는데요? 증거로 차관보님 카톡까지 보여드렸는데도요? 부총리가 대통령 보고를 원하는데도 못 들어가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요??
민간기업 CEO 인사에 개입하는 게 정당한 주주권 행사라고요?? 그러면 왜 당시 우리 부는 숨기면서 했을까요? 왜 대외적으로는 민간기업 경영권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나요? 만약 정말 이 정도 개입이 괜찮다 생각하셨다면 국민에게 공개하면서 하셨어야죠. 서울신문 사장건은요? 이미 사장님이 인정해서 언론 보도까지 됐던 건인데요? 그래요. 제가 부족하고 틀렸다고 해요. 만약 그래도 이번 정부라면 최소한 내부고발로 제 목소리를 들어주시려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재발방지를 이야기해 주실 줄 알았어요.
저는 지금 박근혜·이명박 정부였다 하더라도 당연히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어린애네요. 하지만 제가 있는 곳 어디에도 순수하게 대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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