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향이라는 것은 억측”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담당 의사가 숨을 거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SKY캐슬’이 도마에 올랐다. 이 드라마에서 해당 사건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직후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해 ‘모방범죄’를 우려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입장문을 두고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드라마가 이 사건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억측”이라는 반박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8일 방송된 ‘SKY캐슬’ 6회에서는 수술 결과에 앙심을 품은 환자가 흉기를 들고 병원에 찾아와 의사(정준호 분)를 위협(사진)하고, 의사가 환자를 가스총으로 제압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후 약 3주가 지난 후 유사한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1일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입장문을 통해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과 폭력을 흥미 위주로 각색하거나 희화화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의료기관 내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동조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송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피의자가 이 방송을 보고 모방한 것이 아니더라도 방송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료진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하거나 진료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써서 항의해도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송 행태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 입장문이 나온 후 ‘SKY캐슬’의 시청자 게시판에서는 130여 개의 관련 댓글이 달리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 곽지*씨는 “선동한 것은 아니어도 분명 부적절한 장면이니 사과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네티즌 박소*씨는 “모방범죄를 문제 삼을 거면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 살인 장면이 나올 때 왜 가만히 있었는가?”라고 반박했다.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은 사안이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일부 시청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SKY캐슬’의 자극적인 설정과 모방범죄를 조장했을 가능성을 따져달라며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장 겸 프로파일러는 “모수(母數)를 전 국민으로 했을 때는 아주 가능성이 낮지만,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위험군(群)에 속한 이들에게는 하나의 ‘암시’가 돼 모방범죄의 수단을 제공했다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의사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지만, 표현의 자유 영역까지 고려했을 때 제작진에게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