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내세워 저소득층 표적
저금리 대출 조건 선입금 요구
사기수법 지능화… 피해자 속출


서민 금융지원기관을 사칭한 피싱(phishing) 사기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과거 피싱 조직들이 무차별적으로 전화나 문자를 돌렸던 데 비해, 대출이 급한 저소득층을 주된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수법이 한층 고도화되고 영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버스 기사 오능택(62) 씨는 지난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직원이라는 한 남성 A 씨의 전화를 받았다. 차량을 마련하느라 부채가 있었던 오 씨는 정부 기관이 자신을 돕는 것으로 생각했다. 오 씨는 A 씨가 시키는 대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뒤 신분증과 신청서, 주거래 은행 입출금 내역 등을 보냈다. A 씨가 ‘채권을 구매한 뒤 초저금리로 대출해 주겠다’며 돈을 보내라고 종용하자 같은 달 21일과 24일 각각 1000만 원과 615만 원을 송금했다. A 씨와의 연락이 끊긴 뒤에야 오 씨는 뒤늦게 사기임을 알아차렸다. 오 씨는 3일 “제1금융권의 문턱이 너무 높아 ‘서민금융’을 내세우며 공공기관이라고 접근해 왔을 때 희망을 느꼈다”며 “사기를 당한 뒤 집에서 나와 밖에서 지내며 자살 충동까지 느낀다”고 호소했다.

부산에서 농업 기자재를 판매하는 우용기(63) 씨는 지원센터를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해 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갖고 있던 돈에 제2금융권 대출까지 받아 4000만 원을 선입금했다. 사기임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돈을 찾을 수 없었고 수천만 원의 빚만 남았다. 박종두(41) 씨도 같은 전화를 받았지만, 대출을 받으려다 카드를 분실해 직접 센터를 방문했다가 사기임을 알게 됐다. 박 씨는 “우연히 카드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나도 당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는 서민금융진흥원·신용회복위원회·국민행복기금 등이 참여해 서민들의 자활과 재기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채무·신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거나 제도권 금융사의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센터 관계자는 “과거에도 사칭 범죄가 있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지능화한 사건이 접수되고 있다”며 “명칭 정도만 사칭하던 기존 수법과 달리 상담 절차와 방식까지 그대로 흉내를 낸다”고 말했다. 센터는 올해부터 사칭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캠페인 등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경찰이나 금융감독원을 사칭하는 고전적 수법이 많이 알려지자 피싱 사기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서민을 상대하는 기관일수록 사기 피해 방지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연·서종민 기자 jaeyeon@munhwa.com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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