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 압력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정황을 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말 기재부에 압력을 넣은 청와대 인사는 차영환 당시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이라고 지목하고, 김동연 부총리도 “국가 부채 비율을 올해 낮추면 안 된다”고 차관보를 질책하면서 “39.4% 이상”이라고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했다고 증언했다. 신 전 사무관은 그 해 부채 비율을 올려 그 다음 해 부채 증가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식의 눈높이에서 정부의 반박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부채 비율을 높이려고 적자 국채를 발행하려 했다면 심각한 국기(國基)문란 행위다. 미수에 그쳤더라도 국가재정법 위반 소지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는 식으로 뭉개려 든다. 적자 국채 발행이 현실화되지 않았으니 문제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2017년 11월 15일로 예정된 1조 원 규모의 국고채 조기상환이 하루 전 전격 취소된 것이 사실이다. 차 비서관 전화 이후 적자성 국채 발행을 하지 않겠다는 보도자료를 취소하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기재부는 당시 4조 원 적자 국채를 발행했더라도 국가 채무비율은 0.2%포인트 증가에 그쳤을 것이라고 했다. 4조 원에 대한 인식이 그런 식이면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비밀누설 및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문 대통령은 공익제보자 보호 강화를 공약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정에 앞장선 참여연대는 2015년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어떤 법률 위반인지 구애받지 말고 공익신고를 인정하는 포괄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취지대로 현 집권세력은 신 전 사무관을 공익제보자로 보호하는 게 옳다. 이제 정권을 잡았으니 정권에 불리한 제보는 엄단하겠다는 발상은 이중행태의 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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