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을 부르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스타’라 불린다. 또 다른 누구는 ‘배우’라는 호칭이 잘 어울린다. 둘의 차이는 뭘까? ‘스타’가 인기 위에 구축된 이미지라면 ‘배우’는 연기력이라는 뼈대를 갖춰야 얻을 수 있다. 가끔 이 두 가지는 병행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 면에서 송혜교는 참 대단하다. 한류시장을 선도하는 내로라하는 스타인 동시에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 중인 tvN 수목극 ‘남자친구’(극본 유영아·연출 박신우·제작 본팩토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송혜교는 극 중 이혼의 아픔을 겪었지만 특유의 당찬 모습을 견지하는 차수현 역을 맡았다. 많은 것을 가진 듯하지만 또 많은 것을 갖지 못한 인물이고, 이혼으로 인해 자유로워진 듯하지만 여전히 주변의 시선과 질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김진혁(박보검 분)이라는 남자를 만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다. 조심스럽지만 김진혁의 영역으로 조금씩 들어가는 차수현의 모습은 스펀지가 물을 머금듯 자연스럽고 또 애틋하다.

송혜교에게 ‘남자친구’는 양날의 칼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박보검이라는 당대 가장 트렌디한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는 건 축복이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칫 삐걱거리면 엄청난 비판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리적 나이 차에서 오는 비교 역시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송혜교는 이 모든 것을 능히 소화해내고 있다. ‘스타’로서 나이 차가 느껴지지 않는 외모는 발군이고, ‘배우’로서 이 드라마를 진두지휘하는 캐릭터 소화력은 으뜸이다.

따지고 보면 송혜교는 항상 당대 최고의 배우들과 호흡해왔다. 거꾸로 말하면, 당대 최고의 자리에 오른 남자 배우에게만 송혜교의 옆자리가 허락됐다고 볼 수도 있다. 이는 누가 일부러 만들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 송혜교 스스로 일군 위상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던가. 강산이 두 번 변했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송혜교가 그 자리를 공고히 지켜왔다는 것은 그가 스타와 배우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방증이다.

대한민국 연예계는 여배우에게 다소 가혹한 곳이다. 일단 남자 배우에 비해 그들이 출연할 만한 작품이 많지 않다. 여성을 중심에 내세운 작품은 극히 드물고, 그나마 출연하는 작품 속에서도 부수적인 인물로 그치기 십상이다. 게다가 결혼 후에는 맡을 수 있는 배역 역시 한정된다. 특히 남녀 배우의 케미스트리를 중시하는 멜로물 섭외는 더욱 요원해진다.

하지만 송혜교는 지금껏 그래 왔듯 이 모든 관문을 거침없이 뚫고 그다운 행보를 걷고 있다. 그리고 송혜교의 선택이, 송혜교를 선택한 이들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결과물로 웅변하고 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송혜교는 여전히 예쁘다. 배우가 연기를 잘하면 더욱 예뻐 보인다. ‘남자친구’ 속 송혜교가 도드라지는 이유다.

누가 뭐래도 송혜교는 송혜교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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