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장관, 침묵 깨고 반론
겨울철 中먼지가 국내의 1.5배
오늘 퇴근길 초미세먼지 ‘나쁨’


기승을 부리고 있는 서울의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공식 발표하자 침묵으로 일관하던 우리나라 정부도 맞대응에 나섰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중국발 미세먼지의 문제점을 직접 거론하는 등 국내 유발 요인에 초점을 맞춰온 정책 기조를 바꾸는 양상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책임 소재를 가리게 될 ‘한·중 미세먼지 공동연구 결과’ 발표가 약 9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유지하던 ‘밀월’ 관계가 종료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4일 퇴근 시점부터 서울·인천·경기와 충청, 강원 영서, 전북 지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저녁 초미세먼지 예보 모델을 보면 중국에서 형성된 고농도 초미세먼지 띠가 한반도를 할퀴다시피 휩쓰는 모습(사진)이 관찰된다. 전날 오후 우리나라와 지근인 허베이(河北)성의 시간당 초미세먼지 농도는 우리나라 ‘매우 나쁨’ 기준의 3배인 225㎍/㎥까지 치솟았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중부 지역은 대기 정체로 축적된 국내 생성 미세먼지에, 저녁부터 국외 유입이 더해져 농도가 높게 나타나겠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불어오는 ‘북서풍’이 두드러지는 겨울철만 되면 중국발 미세먼지와 스모그에 국내 대기환경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대기질 예보 권역에 대한 배출원별 지역 간 정량적 기여도 평가 연구’를 보면, 중국의 겨울철 국내 초미세먼지 기여도는 45%로, 국내 요인(29%)의 1.5배 수준이었다.

중국 정부는 적반하장격으로 모든 책임을 한국에 전가했다. 류유빈(劉友賓)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브리핑에서 “중국 대기질은 크게 개선됐지만 서울 미세먼지는 상승했다”며 “최근 서울 미세먼지는 자체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학자들은 “중국도 한국에서 건너온 대기오염으로 피해를 받고 있다”며 외신 인터뷰를 통해 중국 정부에 힘을 싣고 있다. 조 장관은 중국이 몇몇 단편적인 예만 활용해 주장을 합리화하자 지난 3일 “중국이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며 “미세먼지가 고농도일 때 국외발 미세먼지가 많은 것을 여러 데이터가 보여준다”고 이례적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이는 “중국에 미세먼지 책임을 묻기보다 머리를 맞대야 한다”(전임 김은경 장관)고 했던 것과는 다른 입장 표명이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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