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르드 민병대 소탕”
국경지역 일촉즉발 위기감
‘세계 최대 유랑 민족’ 쿠르드족이 새해 중동 정세를 좌우할 뇌관으로 떠올랐다. 인구 자체는 많지만 영토가 없어 100여 년을 강대국에 이용당했던 쿠르드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시리아 철군 결정으로 또다시 뒤통수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세력 와해와 독립 사이 갈림길에 선 쿠르드족의 어두운 미래만큼 중동 정세 전반에 새 불안요소가 커지고 있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지도부는 지난해 말 러시아, 시리아에 터키와 마주한 북부 국경 지역에 병력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터키가 시리아 주변 국경에 군사 장비와 병력을 보강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앞서 터키는 시리아 북부에 직접 진입해 쿠르드 민병대 세력을 소탕하겠다 공언한 바 있다. 터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철군 결정에 힘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앞장서 이슬람국가(IS·극단주의 수니파 무장조직) 격퇴전을 수행한 쿠르드족에 “나는 쿠르드인을 돕고 싶다. 수만 명의 쿠르드인이 IS와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며 “(희생을) 잊지 않았고,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인 12월 19일 돌연 2015년부터 시리아에 주둔했던 미군 전원을 철수하겠다 선언하면서 쿠르드족의 뒤통수를 쳤다. 미군이 철군할 경우 시리아 내 쿠르드족 세력은 터키는 물론 IS, 시리아 정부군 등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된다.
역사적으로 쿠르드족의 등에 칼을 꽂은 건 미국만이 아니다. 쿠르드족은 전체 인구가 3000만∼4000만 명에 달하지만 자체 영토가 없어 숱하게 이용당해왔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당시 쿠르드족은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에 쿠르드 독립국가를 세워준다는 영국의 말에 오스만제국과의 전쟁에 참여했다. 하지만 1923년 영국은 자신들의 신탁통치를 받던 바그다드에 쿠르디스탄 지역 통제권을 넘겨줬다. 이후 영국, 프랑스가 주도해 만들어진 국경선에 따라 쿠르드족은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아르메니아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1972년 이란·이라크 간 국경 분쟁 때도 미국을 믿고 이라크군과 3년간 싸우며 수천 명의 희생자를 냈지만 결국 이라크군에 쫓겨 20만 명이 이란으로 탈출했다 4만 명이 강제송환되는 등 고난을 겪었다. 다시 트럼프 행정부의 배신으로 100년간 염원해 온 독립국가 건설에 치명타를 입고 터키군의 공격 예고까지 받아든 쿠르드족의 향후 행보가 새해 중동 정세 전반에 예상치 못한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국경지역 일촉즉발 위기감
‘세계 최대 유랑 민족’ 쿠르드족이 새해 중동 정세를 좌우할 뇌관으로 떠올랐다. 인구 자체는 많지만 영토가 없어 100여 년을 강대국에 이용당했던 쿠르드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시리아 철군 결정으로 또다시 뒤통수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세력 와해와 독립 사이 갈림길에 선 쿠르드족의 어두운 미래만큼 중동 정세 전반에 새 불안요소가 커지고 있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지도부는 지난해 말 러시아, 시리아에 터키와 마주한 북부 국경 지역에 병력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터키가 시리아 주변 국경에 군사 장비와 병력을 보강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앞서 터키는 시리아 북부에 직접 진입해 쿠르드 민병대 세력을 소탕하겠다 공언한 바 있다. 터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의 갑작스러운 철군 결정에 힘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앞장서 이슬람국가(IS·극단주의 수니파 무장조직) 격퇴전을 수행한 쿠르드족에 “나는 쿠르드인을 돕고 싶다. 수만 명의 쿠르드인이 IS와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며 “(희생을) 잊지 않았고,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만인 12월 19일 돌연 2015년부터 시리아에 주둔했던 미군 전원을 철수하겠다 선언하면서 쿠르드족의 뒤통수를 쳤다. 미군이 철군할 경우 시리아 내 쿠르드족 세력은 터키는 물론 IS, 시리아 정부군 등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된다.
역사적으로 쿠르드족의 등에 칼을 꽂은 건 미국만이 아니다. 쿠르드족은 전체 인구가 3000만∼4000만 명에 달하지만 자체 영토가 없어 숱하게 이용당해왔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당시 쿠르드족은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에 쿠르드 독립국가를 세워준다는 영국의 말에 오스만제국과의 전쟁에 참여했다. 하지만 1923년 영국은 자신들의 신탁통치를 받던 바그다드에 쿠르디스탄 지역 통제권을 넘겨줬다. 이후 영국, 프랑스가 주도해 만들어진 국경선에 따라 쿠르드족은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아르메니아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1972년 이란·이라크 간 국경 분쟁 때도 미국을 믿고 이라크군과 3년간 싸우며 수천 명의 희생자를 냈지만 결국 이라크군에 쫓겨 20만 명이 이란으로 탈출했다 4만 명이 강제송환되는 등 고난을 겪었다. 다시 트럼프 행정부의 배신으로 100년간 염원해 온 독립국가 건설에 치명타를 입고 터키군의 공격 예고까지 받아든 쿠르드족의 향후 행보가 새해 중동 정세 전반에 예상치 못한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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