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론분열 양상 우려
‘건국 100주년’ 용어 안쓰기로
臨政 인정않는 北 관계 고려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줄곧 강조했던 ‘건국 100주년’ 개념을 사실상 폐기한 것은 여권이나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논란이 제기되는 데다 이념적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질적인 국정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에서 건국 100주년을 내세울 경우 정쟁이 심해지고 국론 분열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이 국정 핵심 목표인 상황에서 북한이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의 건국 100주년 담론이 주목을 받았던 것은 문 대통령이 정치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밝혔던 ‘주류 교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기존 보수 정치권 주류 세력의 뿌리를 친일 세력으로 보고, 독립운동 역사를 계승해 온 세력이 주류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고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은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올해를 건국 100주년으로 보고 주류 세력 교체를 위해 대대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사실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인식에 변화의 기미가 감지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였다. 청와대는 지난해 7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회’를 발족하면서 건국 100주년 기념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건국 100주년에 대한 언급 없이 “오늘은 광복 73주년이자 대한민국 정부 수립 70주년”이라고만 말했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 8월 15일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하고, 지난해가 건국 70주년이라고 주장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국회에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식과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건국을 정부 수립으로 보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대통령 입장에서 모두를 포용한다는 취지에서 건국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라며 “학술적으로도 건국의 개념이 명확하게 정리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 영토, 주권 가운데 임시정부 수립 당시에는 영토가 없었기 때문에 국가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2019년을 건국 100주년으로 기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1월 2일 국립현충원 참배 후 방명록에 “건국 백 년을 준비하겠습니다”라고 썼고,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내년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고 밝혔다. 이어 3·1절 기념사에서도 2019년을 ‘3·1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부터 남북대화가 활발해지고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과 3·1절 100주년 공동행사를 치르기로 한 것도 건국 표현을 쓰지 않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올해를 건국 100주년으로 강조할 경우 북한이 껄끄러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4·27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남북관계 개선이 본격화된 이후 청와대는 공식 석상에 건국 100주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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