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건물 증가로 실외흡연 늘어
“다른곳에서 피워 달라” 하소연
꽁초·쓰레기 치우기도 버거워
경고문구·CCTV설치 효과없어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금연 건물이 증가하는 만큼 실외 흡연자들이 비례해 늘어나면서 1층 상인들의 고통이 급증하고 있다. 길거리 흡연자를 단속할 규정이 없는 탓에 상인들이 CCTV까지 설치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의 통신사 대리점 점장 이모(34) 씨는 4일 하루에 20번 이상씩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내쫓으며 잔소리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씨가 ‘영업 중이니 담배를 다른 곳에서 피워달라’고 정중하게 타일러 보고 소리도 쳤지만, 하루에도 몇십 명의 사람들이 매장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 건물주와 상의해 무릎 높이의 철조망을 설치하고, ‘구청 단속 구간. 민원 접수 시 벌금’이라는 경고 문구를 자체적으로 붙여도 효과는 없었다. 이 씨는 “대학생처럼 보이는 어린 친구들이 와서 자주 흡연을 해 소리쳐 쫓아내 봤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홍대입구역 근처는 금연구역인데도 딱히 손 쓸 방법이 없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처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모(23) 씨도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담배꽁초와 흡연자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다. 남 씨가 일하는 곳은 금연건물이어서 1층으로 내려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 한 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지나가던 여러 명이 합세해 남 씨의 입장은 더 곤란하다. 옷 가게 사장은 흡연자에게 경고하는 등의 차원에서 CCTV까지 설치해봤지만, 줄지 않았다. 남 씨는 “사람이 많은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 흡연자들도 많아져 주말만 되면 쓰레기를 치우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고 말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다 되려 욕을 먹기도 한다. 3년째 홍익대 인근의 한 빌딩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유모(78) 씨는 “젊은 친구들에게 호통을 치면 ‘네 자식이나 잘 키워라’‘여기가 네 땅이냐’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며 어이없어했다.

문제는 일반 거리는 금연구역이 아니어서 마땅히 흡연자들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길거리의 경우 흡연 민원이 들어오면 계도를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담배꽁초 무단 투기 단속도 인원이 부족해 금연 구역인 지하철역 주변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의 신주쿠(新宿) 거리는 담배를 못 피우게 돼 있다”며 “현재는 실내 금연만 법으로 지정돼 있고 실외 금연은 마땅한 법망이 없어 법이 특정한 공간 내에서 흡연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명진·전세원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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