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온 가족이 힘든 하루를 견뎌내고 돌아와 위로받는 따뜻한 안식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막막한 미래를 가져다주는 고통스러운 공간이기도 하다.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의 집은 안락함과 거리가 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고시원이나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는 가구가 37만 정도다. 통계로 잡히지 않는 부분을 감안하면 100만이 넘는 가구가 제대로 된 주거공간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서울 종로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어난 사고다. ‘지옥고’라는 말이 있다. 지옥고는 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온 말로, 지옥에서 겪는 고통에 견줄 만큼 쓰라린 청년 세대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종로 고시원 화재 사건 이후 많은 사람은 주거 빈곤 가구에 최소한의 주거권과 생활인권이 보장되도록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주거복지정책을 추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단순한 주택의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확대가 시급하고 더불어 사각지대가 없는 촘촘한 맞춤형 주거 복지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정부와 지자체는 시대가 원하는 주거 형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의 2015∼2045년’에 따르면 2015년 전체 가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중은 27.2%에서 2045년 36.3%로 9.1%포인트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1인 가구 수는 2015년 518만(27.2%), 2017년 556만2000(28.5), 2025년 670만1000(31.9), 2045년 809만8000(36.3) 가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1인 가구에 더 관심을 갖고 소형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공급계획을 세워야 한다.

둘째,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공공임대주택의 위치이다.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직장·학교와 주거가 인접한 곳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공공임대주택은 사업성 문제와 기피시설이란 잘못된 인식으로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대부분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가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현실로 볼 때, 외곽에 있는 주거시설은 너무 불합리하다.

그래서 국·공유지 활용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시유지 등을 활용해 일반 산업단지의 산단형 행복주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근로자와 젊은 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입지성이 높아 정주 여건 개선 및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셋째, 공공임대주택의 디자인 변화를 통한 부정적인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이미지 원인은 편견으로 사회계층을 나누는 데서 비롯됐고, 또한 누가 봐도 뻔한 임대주택 디자인이 한몫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획일적인 형태가 아니라 입주자에게 맞춘 디자인 혁신에 대한 포부를 내비쳤다.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그동안 주거복지 혜택에서 소외된 대학생,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돼 더 큰 희망으로 갈 수 있는 주거 사다리가 되길 기대한다.

윤기홍·충북 청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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