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앓던 70대 남성
“구속생활 못해”서류냈지만
판사 “긴급하지 않아” 기각

유족 “명백한 인권유린”반발
법원 “미석방이 사망원인아냐”


루게릭병을 앓던 7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구치소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과 환자 단체는 7일 “법원이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생명을 잃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기죄로 기소된 이모(75) 씨는 지난해 10월 18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징역 9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씨는 3년 전부터 앓던 루게릭병으로 근육마비가 와 스스로 식사를 하지 못하고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했다. 이 씨의 변호인은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구치소 측도 구속집행정지 건의를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이 씨는 지난달 30일 사망했다. 이 씨와 사실혼 관계인 김모 씨는 “물 한 컵도 스스로 들지 못해 내가 씻겨주고 먹여줘야 했다”고 이 씨의 생전 모습을 회상했다. 구속 직후 기저귀를 착용했고, 구속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구치소와 병원의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지만 무시당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김 씨는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면 한 해 이상은 더 살았을 것이고 병원에서도 그렇게 말했다”며 애통해했다. 이 씨의 법률대리인인 황현대 변호사는 “생명이 경각에 달린 피고인에게 구속집행정지를 해 주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은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처사”라며 “사실상 공권력이 수용자를 살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한국루게릭병협회 관계자는 “루게릭병은 그 자체가 사형선고”라며 “사망을 앞둔 환자가 가족과 함께 있다가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희귀난치 지원을 위한 모두 함께하는 세상 김태현 회장도 “사지가 마비되는 환자가 간병인·가족 도움 없이 수감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했다. 판단의 적절성 문제를 놓고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북부지법 관계자는 “담당 판사는 이 씨가 병원에 입원할 만큼 병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긴급성’을 표현하는 진단서 내용이 있어야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씨는 사망 사흘 전부터 동부구치소 지정병원인 서울 송파구 오금동 서울병원에 머물러, 재판부가 구속집행정지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사망 원인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치료를 받아온 한양대병원은 지정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병원에 머물러야 했고, 면회가 하루 10분에 불과해 가족이 환자를 돌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반박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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