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C “반도체 독점 사용 강요”
퀄컴 “제조사 특허 제공 충분”
공정위 상대 행소 영향 불가피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통신 반도체에 대한 미국 퀄컴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를 확인하는 재판이 최근 자국에서 시작돼 귀추가 주목된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 및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은 지난 4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한 재판을 시작했다.

이번 재판 결과는 퀄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재판은 퀄컴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진행 중인 행정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에 1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스마트폰 제조사에만 특허 사용을 허용하는 정책의 시정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재판은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을 주재했던 루시 고 판사가 맡고 있다. 앞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17년 1월 “퀄컴이 모바일 시장의 필수표준특허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제소했다. FTC는 퀄컴이 특허기술에 포함된 부품 가격뿐 아니라 스마트폰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로열티를 부과하는 관행도 문제 삼았다.

FTC는 퀄컴이 특허료를 낮춰주는 대신 자사 반도체를 독점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인텔 등 반도체 시장의 경쟁업체에 라이선스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혐의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퀄컴은 13만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340여 단말기 제조 및 판매사에 라이선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인텔 등과 같은 반도체 제조사에는 자사 특허기술을 라이선스하지 않고 있다. 퀄컴은 이에 대해 “단말기 제조사에 관련 기술을 라이선스한 상태이므로 반도체 경쟁사에 같은 라이선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며 FTC 주장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과 특허 분쟁 중인 애플 역시 지난 5년 동안 직접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 위해 협상을 했지만, 라이선스 조건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FTC가 문제 삼고 있는 것과 같은 주장이다. 특히 퀄컴의 주요 기술은 모바일 시장의 필수표준특허이므로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라이선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루시 고 판사는 공판에 앞서 애플이 인텔로부터 새롭게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퀄컴이 독점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부분은 퀄컴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한편 씨넷은 이번 소송에선 인텔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FTC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법정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퀄컴 측이 통신 반도체 시장의 경쟁사에 대한 필수표준특허 기술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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