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특별열차가 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가운데 지난해 11월 8일 미국 뉴욕 미·북 고위급 회담 무산 이후 지속된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최근 급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6일 “미·북이 2차 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해 미·북 회담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미·북 회담이 다시 열려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질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실질적 비핵화 조치 이전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는 미국과 그동안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북한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일방적 제재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이런 이유로 비핵화와 관련한 두 가지 ‘리스크’가 제기되고 있다. 먼저, 미국이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이라는 현 상황 유지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내에도 이런 시각이 적지 않다. 베이징의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사석에서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는 현 상황에 미국이 만족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현상 유지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핵 포기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한 북한 전문가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적인 관심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가 될 것이며, 이러한 목표 달성 시 북핵 협상을 지속할 동기를 잃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이 폐기되면 부분적 제재 완화를 해주고, 북한이 완강히 거부하는 핵무기·핵물질 신고 및 검증 등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리스크는, 북한과 중국의 밀착관계 강화 가능성이다. 김 위원장이 밝힌 ‘새로운 길’ 모색과 관련해 대미 협력 노선을 접고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뤼디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교수는 최근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김 위원장은 미·중 간 냉전 2.0 상황에서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중국의 지원을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대미 무역 협상력 제고 등을 위해 3월 말부터 3개월 사이 김 위원장을 세 차례나 만나 대북 영향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미국이 7월부터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강하게 압박하자 시 주석은 방북을 늦추며 미국 눈치를 살폈다. 시 주석이 협상 타결을 위해 지금은 대북 제재에 공조하고 있지만, 타결 이후에는 제재 완화 목소리를 키우며 북·중 밀착이 재연될 수 있다. 중국 역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말로만 외칠 뿐 자국 이익 유지와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에 큰 영향력을 가진 미·중 모두 비핵화보다 자국 이익만 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문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지 못할 경우 문 정부가 원하는 남북 경제협력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뛰어넘지 못해 좌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utopia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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