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어닝쇼크(실적 부진 충격)’를 기록한 것으로 8일 알려진 가운데 이날 오전 삼성전자 직원들이 서울 서초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어닝쇼크(실적 부진 충격)’를 기록한 것으로 8일 알려진 가운데 이날 오전 삼성전자 직원들이 서울 서초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3분기까진 ‘신기록 행진’ 주역
D램·낸드플래시 값 동반 하락
주문량 감소 등 업황 얼어붙자
‘어닝 쇼크’ 주요인으로 전락
삼성전자, 재고물량 조정 돌입
IM부문 영업익도 2兆 이하로
‘불황 심화’ 비관론에도 힘실려


시장이 우려했던 ‘반도체 쇼크’가 현실화됐다. ‘메모리 반도체 한파’ 탓에 삼성전자가 시장 예측을 뛰어넘는 실적 쇼크를 기록하면서 지난 2년간 이어진 실적 신기록 행진도 멈췄다.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의 중추가 허약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수출액(484억6000만 달러)에서 반도체는 18.3%(88억60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반도체 불황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4조 원대를 밑돈 것은 2017년 1분기(9조9000억 원) 이후 7분기 만이다. 실적 쇼크를 이끈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사상 최대 신기록을 견인했던 반도체다. 2017년부터 전례 없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누리면서 삼성전자는 같은 해 2분기 14조700억 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한 이후, 줄곧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해 왔다. 반도체는 지난 1∼3분기에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5% 이상을 도맡으며 실적을 이끌었다.


전체 실적을 떠받쳐온 반도체 영업이익은 지난 3분기 13조6500억 원에서 4분기에는 7조 원 안팎으로 꺾인 것으로 관측됐다. 반도체 분기 영업이익이 10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50%를 웃돌았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도 지난 4분기 30∼40%대까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은 메모리 반도체 경기 둔화다. 주력 상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동반하락하기 시작했다. D램 평균값은 4분기 들어 10% 이상 떨어진 상태다. 가격과 수요를 끌어올렸던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업체 주문량이 줄어들고,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업황도 얼어붙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뚝뚝 내려가는 반면, 주문량은 늘지 않는 구조로 진입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재고 물량을 조정하고 투자 계획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는 올해 삼성전자가 지난해보다 20% 줄인 18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의 부진도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IT·모바일(IM)부문은 지난 4분기 1조7000억∼1조9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예측됐다. 스마트폰 사업부의 분기 영업 이익이 2조 원을 넘지 못한 것은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 이후 처음이다.

2018년 연간으로는 한국 기업 사상 처음으로 ‘매출 243조 원·영업이익 58조 원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4분기 실적 쇼크로 연간 영업이익이 사상 최초로 6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는 무산됐다.

올 상반기 반도체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밝지 않다. 업계는 올해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품목에 따라 10% 이상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전 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1651억 달러에서 올해 1645억 달러로 0.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재계 관계자는 “메모리 경기 둔화는 삼성전자 투자와 실적 감소를 유발하고, 이는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설사 단기 조정 국면일지라도 세계 경기 하강과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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