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 시선 집중
美선 다수당 차지한 정당이
22개 상임위원장 전부 독식
법사위원장엔 ‘앙숙’ 내들러
탄핵추진 관련 핵심권한 있어
‘독설’ 날린 시프, 정보위원장에
‘러 연계의혹’ 다각도조사 공언
세입위원장 리처드 닐 취임
대통령에 세금내역 요구계획
정부 개혁·감독위원장 커밍스
‘이방카 이메일’ 집중추궁할듯
외교·군사위원장 행보도 주목
대북정책·국방예산 견제 예고
지난 3일 미국 제116회 연방의회가 문을 열면서 향후 미국 정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며, 주요 상임위원회를 이끌 위원장들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6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전원 물갈이가 된 하원 상임위원장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관련 각종 의혹, 트럼프 그룹 거래 문제,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등은 물론대북 정책까지 전면 조사하겠다며 벼르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운 하원 상임위원장들의 움직임에 따라 미국 국내 정치와 경제는 물론 세계 외교·안보에까지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폭스뉴스와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하원 전체의석 435석 중 235석을 차지해 8년 만에 주도권을 되찾으며 22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주도할 인물들을 대거 상임위원장에 앉혔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여야가 상임위원장을 나눠 갖는 한국과 달리 다수당을 차지한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전부 가져간다. 이에 따라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은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 궤도를 같이할 상원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울 민주당 우위의 하원 소속 상임위원장들의 행보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언론이 하원 상임위원장 중 가장 주목하는 인물은 앞으로 2년간 법사위원회를 이끌 제리 내들러(71·뉴욕) 법사위원장이다. 내들러 위원장은 1980년대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벌써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내들러 위원장은 부동산 개발업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오래전부터 앙숙 관계로 유명하다. 당시 뉴욕 주의회 의원이던 내들러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맨해튼 개발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책에서 내들러 위원장을 “내가 공원을 짓고 중산층을 위한 집을 지으려고 하는 뉴욕 지역에 철도를 놓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내들러 위원장은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연계 여부를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 보호와 불법 이민자 가족분리 정책 및 난민 보호 법안 변경 등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 의혹 여성 입막음 자금 제공과 관련한 선거자금법 위반 조사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들러 위원장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발의권을 행사할 경우 가장 핵심이 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내들러 위원장은 성추문 의혹 여성 입막음 자금 제공과 관련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는 범죄”라면서도 “탄핵은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 초선의원들 사이에서 탄핵 추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내들러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애덤 시프(58·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에 자주 이름이 오를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다. 시프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임기 종료 후에 감옥에 갈 첫 번째 대통령”이라고 말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저분한 애덤 시프’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시프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 연계 의혹을 다각적으로 조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를 위해 뮬러 특검 보호, 트럼프 대통령의 부동산 복합회사인 트럼프 그룹과 러시아 자금 세탁 연루 여부, 트럼프 대통령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와 러시아 인사 회동 문제 등에 대한 조사를 벼르고 있다. 시프 위원장은 금융범죄에 전문지식을 갖춘 조사 요원을 채용하는 등 인력 확보에도 나선 상황이다.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맥신 워터스(여·80·캘리포니아) 하원 금융·재정서비스 위원장은 트럼프 그룹의 자금 문제 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워터스 위원장은 지난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주요인사들에게 폭탄 소포가 배달됐을 당시 폭발물 수신자 중 한 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터스 위원장을 “지능이 낮은 사람”이라고 불렀다가 인종차별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워터스 위원장은 트럼프 그룹과 도이치뱅크 간 부정 대출 거래 의혹, 도이치뱅크의 러시아 자금 세탁 문제,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러시아 간 금융 거래 문제 등을 겨냥하고 있다.
리처드 닐(59·매사추세츠) 하원 세입위원장은 미 국세청(IRS)에 대통령 세금보고 내역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3명(상원 금융위원장, 조세 합동 상임위원장, 하원 세입위원장) 중 유일한 민주당 인사다. 닐 위원장은 이 권한을 활용해 트럼프 세금보고 내역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위원회 과반수 찬성을 얻어 일반에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달리 유일하게 세금보고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검은 거래나 탈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엘리자 커밍스(67·메릴랜드) 하원 정부 개혁·감독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딸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공무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백악관 근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국 정부 인사들의 숙소로 사용하는 것이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니타 로위(여·81·뉴욕) 하원 세출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도 민주당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국경 장벽 문제에 대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공개한 상태다.
하원 외교위원장과 군사위원장은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직감에 의존한 정책’이라고 비판해온 엘리엇 엥겔(71·뉴욕) 외교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정책, 특히 대북 정책에 대한 견제 입장을 밝혀 행보가 주목된다. 지난 3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엥겔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관련 진전에 대한 쾌활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비핵화에 헌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직접 분명히 했다”며 “적어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방식으로 비핵화에 헌신하지는 않고 있다”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 미비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엥겔 위원장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외교위원회 소환을 공언하고, 대북 제재 해제의 의회 동의를 강조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 대북 정책에 대한 견제 의사를 명확히 했다. 엥겔 위원장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 정권 교체를 이야기할 정도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애덤 스미스(53·워싱턴DC) 군사위원장은 국방예산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스 위원장은 국방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군의 멕시코 국경 배치 문제와 우주군 편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성토한다는 방침이다. 스미스 위원장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한 적이 없지만 군사 공격이 아닌 외교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민주당 원칙과 같은 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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