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청구권협정 조항 근거
제3국 중재위에 회부 가능성도


법원이 국내에 있는 강제징용 관련 기업에 대한 피해자들의 자산 압류신청을 승인하면서 한·일 정부 간 외교적 협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에 2개국 협의를 요청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외교부 관계자는 “관련 기업에 대한 법원의 자산 압류 승인이 내려진 만큼 조만간 일본 정부 측으로부터 외교적 협의 제안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선은 양국 정부의 외교적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8일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 변호인단이 신청한 신일철주금 한국 자산 압류신청을 승인했다.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재산은 ‘포스코-니폰스틸RHF 합작법인’(PNR) 주식 8만1075주로, 금명간 법원의 압류명령결정 서류가 PNR에 송달되는 즉시 신일철주금은 PNR 주식 매매, 양도 등의 처분 권리를 상실한다.

일본 정부는 이 시점부터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일본 기업의 피해가 현실화됐다고 보고 신일철주금 측과 논의를 거쳐 한국 정부에 외교적 협의를 제의해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교도(共同)통신은 “일본 정부는 신일철주금에 대한 자산압류가 실제로 이뤄지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우리 정부에 2개국 협의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청구권협정에 의한 2개국 협의 요청이 이뤄지면 사상 최초 사례가 된다.

일본 정부가 외교적 협의를 개시할 수 있는 근거는 한일청구권협정이다. 이 협정 제3조는 청구권에 대한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한·일 관계의 현실상 외교적 협의로 이번 문제가 해결될지는 불투명하다. 또 해당 조항에 근거한 양국 간 문제 해결 전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위안부 피해자 문제로 한국 측이 외교적 협의를 제안했을 당시 일본 측은 협의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같은 조항에 규정된 ‘제3국 정부 지명의 중재위원 구성 및 회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제3국 중재위원 단계로까지 갈 상황은 예상할 수 없다”며 “우선 신일철주금 측의 대응 등을 지켜보며 외교적 협의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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