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정부는 토지의 공시지가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하고 과표 산정에 쓰는 공정시장거래가액 비율을 연 5%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그 결과 부동산 과표가 오르면 고가 부동산이나 다주택 보유자는 물론 일반 주택 소유자들의 세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 정책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다.

긍정적인 측면은 조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세금 부담은 단순하게 말해서 과표에 세율을 곱한 액수다. 보유 부동산의 가액이 높은 사람의 세 부담이 많고 가액이 낮은 사람의 세 부담이 적어야 공평한데, 실제 가액 대비 과표의 비율이 들쭉날쭉하면 형평을 이루기 어렵다. 아파트 과표는 높고 단독주택 및 토지의 과표가 낮은 현상은 교정돼야 한다.

다만, 공시가격이 시가의 100%가 돼야 하고,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100%로 간다는 목표는 비현실적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부동산 시가는 수시로 변하고 또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단지의 같은 평형 아파트들도 거래가가 흔히 몇천만 원 또는 그 이상 차이가 나는데, ‘정확’한 가격이란 정답은 없다. 무리해서 시가 대비 과표 비율을 평균 100%에 맞춘다면 대략 절반의 부동산들에서 과표가 시가를 웃돌고, 그 소유자들은 부당하게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또, 부동산 가격은 오르내리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과표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 행정기관이나 납세자 모두 혼란스럽다. 공시가격이 시가의 70∼80% 정도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올해 수준에서 동결하되 세 부담이 급등락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정책의 부정적인 면은, 국민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정부는 세금을 올리면 납세가 힘겨운 사람들이 부동산을 팔고, 그만큼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이 경우 실제로 집을 파는 사람은 저소득 고령자이고, 그 집을 사는 사람은 고소득자일 가능성이 크다. 고령자들이 수십 년 살던 집에서 떠나게 하는 정책을 좋게 평가하긴 어렵다.

이론적으로, 세금 인상은 한 차례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킬 뿐 이후의 가격상승률을 낮추진 못한다. 보유세 부담이 높은 미국에서 2000년대 초반 주택 가격 거품이 발생했고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로 이어진 반면, 보유세 부담이 한국의 절반 수준인 독일에선 주택 값이 안정적이었다. 장기적으론 세금으로 인해 주택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를 위험이 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보유세가 낮으므로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팩트에 근거한 말이다. 우리나라 보유세 부담은 미국·영국·프랑스보다는 낮지만, 독일·스위스·터키 등보다 높다. 반면, 거래세(취득세) 부담은 압도적으로 높아서 전체 부동산세 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에 속한다. 부동산세, 특히 보유세가 높은 것이 선진국형 조세라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국회에서 법률로 정해지는 세율이 아니라 과표 산정 방법의 조정을 통해 국민의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조세법률주의를 비켜가는 편법이다. 또, 세금 때문에 집을 팔도록 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추구권 침해다. 세 부담 인상 한도를 낮추고, 소득이 낮은 고령 소유자와 정부 정책에 호응했던 다가구 임대사업자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정부가 이번 조치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기초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 복지 제도에 대한 공시가격 반영 비중을 낮출 것이라지만, 좀 더 세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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