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7개사업 질의했지만
복지부 4개월 넘도록 묵묵부답
고령화로 의료비부담 급증추세
“의료민영화”반발에 소극적대응
헬스케어, 고용 유발 효과 높아
세계시장 선점땐 수출도 늘어나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소비자 건강 및 생활 습관을 연구하는 상품을 개발한 한 헬스케어(건강관리) 서비스 전문 업체는 지난 2016년 국내 보험사와 합작 사업을 앞두고 보건복지부에 해당 사업이 현행 의료법에 저촉하는지, 즉 특정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이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현행 의료법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의료법 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보험사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보험 계약자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위법이 아니라고 정부가 유권해석을 내려줘야 사업이 돌연 중단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서비스가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속하지 않는다면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 “서비스 내용 중 일부라도 의료행위가 없도록 유의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답변을 전해왔다. 의료행위인지 아닌지를 기업이 알아서 판단하고, 만약 위법 논란이 일면 스스로 책임을 지라는 의미였다.
국내 헬스케어 서비스 산업계가 이런 사소한(?) 장벽에 막혀 규제 개혁을 호소한 지도 10년이 지났다. 그렇다면 혁신 성장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에서는 달라졌을까. 문화일보가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보험업계는 공동으로 7개의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을 나열하고 의료행위에 해당하는가에 대해 문의했다. 역시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복지부는 아무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혁신 성장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고 있는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의료법상 ‘의료행위’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민간 업계의 시도는 계속돼 왔다. 복지부도 청와대 의지에 따라 일단 지난해 5월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한 민관합동법령해석위원회를 구성했다. 법조계, 의료계, 보험 전문가 등으로 위원진을 짜고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계속 표류하는 모습이다.
한국은 인구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국민 의료비와 재정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민간 보험사가 헬스케어 서비스를 하게 되면 보험 가입자들에 대한 철저한 건강 관리를 통해 미래 국가가 부담해야 할 의료비 지출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현실적 필요성도 있다.
경제적 효과 역시 낙관적이다. 지난해 12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에 따르면 헬스케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0억 원당 19.2명, 고용유발계수는 역시 10억 원당 16.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각 전 산업 평균인 12.9명과 8.7명보다 높은 것이다. 부가가치율 역시 50.9%로 전 산업 평균 38.0%를 뛰어넘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 산업은 아직 초기 수준으로 보인다. 2015년 기준으로 시장 규모는 전 세계 790억 달러, 국내는 30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문호를 연다면 수출 증대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학계는 예측하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가 선뜻 문을 열지 못하는 것은 일부 시민단체와 영향력이 막강한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 같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의료 민영화’라고 규정하고, “축적된 생활습관 정보는 진료 정보와 결합돼 개인 보험료 부담을 키우게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홍 교수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의료 민영화라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며 “오히려 이를 통해 정부는 물론, 보편적으로 국민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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