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증권의 발행잔액이 100조 원을 넘어섰다. 이 중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의 잔액은 70조 원에 달한다.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의 불안감도 커지고 발행액 역시 크게 감소했지만,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재테크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ELS는 손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지급되는 수익은 고정적인데 반해 특정한 상황에서는 큰 폭의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수익과 손실의 비대칭적인 구조로 인해서 ELS 투자를 결정할 때는 수익률보다는 관련 상품의 하락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ELS는 3년 만기에 6개월마다 조기 상환 기회가 있는 ‘스텝다운’ 방식이다. 기초자산의 가격을 주기적으로 관찰해 특정 가격 이상이면 조기 상환되는 기회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ELS는 장기 투자 상품이다. 가입 이후 만기까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아야 수익을 상환할 수 있는 상품이다. 향후 3년간 금융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접근하면 상대적으로 ELS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30년간 각국의 주가지수가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던 경우는 벤처 거품이 사라진 2000년대 초반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9년이다. 여기다 한국과 중국이 크게 하락했던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까지 고려하면 총 3번의 급락이 있었다. 즉 주가지수로 구성된 ELS를 투자 시점을 고려하지 않고 매 순간 투자를 한다면 10년에 한 번꼴로 낭패를 보게 된다.

현재 각국의 주가지수는 이미 지난해 초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한 상황이다. 여기서 추가로 50% 하락한다는 것은 고점 대비로 보면 60%가 넘게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거 30년간 고점 대비 주가지수가 60% 이상 하락한 경우는 몇 번이나 있었을까. 유로스톡스50지수가 2번, 홍콩 H지수는 1번, 그리고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코스피 200지수는 한 번도 없었다. 즉, 어느 정도 하락이 진행된 이후 ELS에 투자하면 손실확률이 확연히 줄어들게 된다.

주가가 상승하면 조기에 이익을 확정 지어서 좋지만, 다시 자금을 운용해야 하기도 하고 주가 상승이 더 지속할 것도 같아서 더 높은 가격에서 ELS에 재투자하게 된다. 결국, 고점 직전까지 ELS 투자를 반복하게 된다. 고점에서의 마지막 투자가 항상 마음고생을 시키게 된다.

반면, 하락장에서의 ELS 투자는 조기 상환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러나 50% 이상 하락할 확률도 낮아져 장기 관점으로 보면 더 좋은 투자 기회이다. 일반적으로 하락장에서는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높아 ELS가 제시하는 이자율도 높아진다. 실제로 최근의 ELS는 일 년 전보다 대체로 2.5%포인트 정도 더 높은 이자율을 보인다. 즉 높은 이자율로 오랜 기간 투자할 수 있고, 손실 가능성도 줄어들기 때문에 ELS는 상승장보다는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서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김범준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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