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정적 구성 - 콩가루 집안 격돌
욕먹지만 시청자 끌어들여 화제
막장과 막장이 맞붙었다.
막장 드라마의 대모(大母)라 불리는 김순옥 작가가 집필하는 SBS 수목극 ‘황후의 품격’(왼쪽 사진)과 이에 못지않은 막장극을 선보여온 문영남 작가의 신작인 KBS ‘왜그래 풍상씨’(오른쪽)가 9일 격돌했다. 한 달 정도 먼저 방송을 시작해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는 ‘황후의 품격’이 전국 시청률 14.9%(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6.7%에 그친 ‘왜그래 풍상씨’를 압도했다. 하지만 ‘왜그래 풍상씨’에 바통을 넘겨준 전작인 ‘죽어도 좋아’가 2.7%로 퇴장한 것을 고려할 때, ‘왜그래 풍상씨’의 시청률은 2배가 넘는 상승폭을 보인 셈이다.
‘황후의 품격’은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극의 불패신화(?)를 잇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잇단 죽음, 남녀 간 낯뜨거운 접촉이나 얼굴이 찌푸려지는 폭력 등 선정적 장면 등으로 점철됐다. 하지만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에피소드와 블랙코미디를 연상케 하는 파격적 설정 등으로 수목극 정상을 지키며 작가의 이름에 빗댄 ‘월화순옥금토일’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왜그래 풍상씨’ 역시 막장극다운 전초전을 치렀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독특하게 짓기로 유명한 문 작가답게 1회 사망한, 주인공의 아버지 이름은 이주길이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쌍둥이 딸인 이화상과 이정상은 몸싸움을 벌였고, 막내아들은 영정사진 액자를 깨뜨렸다. 큰아들 이풍상 앞에는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했다는 인물이 등장했다. ‘빚투’다. 다섯 남매의 친모인 노양심은 장례식장 밖에서 우는 척하다가 오랜만에 만난 큰아들에게 “뭐 남긴 게 없냐”고 묻는다. 문 작가가 1회 만에 늘어놓은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는 새롭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흥미로웠다.
9일 열린 ‘왜그래 풍상씨’의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진형욱 PD는 “현재 풍상씨네 상황을 보면 ‘막장’이 맞다”면서도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 사람이 희망을 잃지 않고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가족 드라마”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왜그래 풍상씨’ 관련 기사의 댓글에는 ‘볼만한 막장극이 등장했다’는 평이 적지 않다. 더불어 두 드라마 모두 각각 배우 장나라·최진혁, 유준상·이시영의 탄탄한 연기로 헐거운 내러티브의 간극을 메우며 흡입력을 높인다. 동시간대 방송된 MBC ‘붉은달 푸른해’(4.7%)를 단숨에 밀어낸 두 막장극의 첨예한 대결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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