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號, 아시안컵 부상주의보

기성용 이어 이재성도 다쳐
12일 키르기스스탄戰 못뛸듯

넓은 시야·정확한 킥 황인범
매끄러운 공수 조율 적임자
뛰어난 순발력·돌파 이승우
“주어진 위치서 최선 다할것”
벤투, 밀집수비 깰 비책 마련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59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축구대표팀에 경고주의보에 이어 부상주의보가 발령됐다.

측면 미드필더인 이재성(27·홀슈타인 킬)은 9일 오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샤밥 알 아라비 클럽에서 열린 훈련에 불참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지난 7일 필리핀과의 C조 조별리그 1차전 도중 이재성의 오른발 엄지발가락이 꺾였다”며 “부기가 빠지고 있지만 통증이 있고 예전에 다쳤던 부위여서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12일 오전 1시 열리는 키르기스스탄과의 2차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미 중원의 핵심이자 대표팀의 무게중심인 기성용(30·뉴캐슬 유나이티드)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기성용은 1차전에서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쳤고 1주일 정도 안정과 치료가 요구된다. 기성용은 2차전은 물론 16일 오후 10시 30분 열리는 중국과의 3차전 출장 여부도 불확실하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에 이어 측면 미드필더 이재성까지 탈이 났지만, 튼실한 잇몸이 있다.

1차전 도중 기성용 대신 투입된 황인범(23·대전 시티즌)과 주세종(29·아산 무궁화)이 수비형 미드필더 호출을 기다리고 있다.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도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다. 가장 유력한 건 황인범이다. 황인범은 1차전에서 교체 투입된 뒤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로 필리핀의 밀집 수비를 흔들었다. 빠른 판단력에 왕성한 활동량까지 겸비했기에 ‘리틀 성용’으로 불린다. 키 177㎝, 몸무게 70㎏인 황인범은 또 정확한 킥을 앞세운 코너킥과 프리킥 능력도 일품이다. 황인범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매끄러운 공수 조율 솜씨를 과시, 국제 경쟁력을 입증했다. 황인범은 “어릴 적부터 롤모델이었던 기성용 선배의 부상으로 2차전 선발출장의 기회가 올 수 있다”면서 “키르기스스탄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상대했고(1-0 승), 체격조건과 압박력은 좋기에 긴장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성의 빈자리는 더 크게 느껴진다.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14일 열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마치고 합류하기 때문이다. 이재성 외에 측면 자원은 황희찬(23·함부르크)과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다. 이청용(31·보훔)은 최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됐다. 황희찬은 손흥민 대체자. 따라서 이재성의 공백을 이승우가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우는 지난 6일 나상호(23·광주 FC)가 무릎 부상으로 제외되면서 대표팀에 합류했다. 키 170㎝, 몸무게 60㎏의 이승우는 작지만 뛰어난 순발력과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돌파가 탁월하다. 이승우는 “항상 경기에 출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튼실한 잇몸이 있지만, 부상자 발생으로 인해 선수 기용 폭이 좁아졌다. 이 때문에 파울루 벤투(50) 대표팀 감독은 전술 노출을 경계한다. 대표팀은 이날 러닝과 스트레칭 등 몸풀기만 공개한 뒤 모든 훈련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전술 훈련이 예정돼 있기에 벤투 감독이 비공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수비 위주의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키르기스스탄 공략법을 선수단에 전하며 함구령을 내렸다.

2차전에선 경고를 무척 조심해야 한다. 1차전에서 이용(33)과 김진수(27·이상 전북 현대), 정우영(30·알사드) 등 3명이 옐로카드를 받았다. 아시안컵에선 조별리그부터 16강전까지 경고 2장이 누적되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용과 김진수는 좌우 측면 수비수이고, 정우영은 수비형 미드필더이기에 3명 중 1명이라도 빠지면 수비 조직력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허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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