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장관賞 최은소

이젠 볼 수조차 없는, 항상 한 발짝 앞서 나간 아버지의 뒷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멀리 떨어진 중학교에 입학한 탓에 매일 같이 아버지 출근길을 따라나서 타던 오래된 트럭 안 냄새가, 일찍 일어나 아버지께서 차려주시던 달걀부침이 모두인 아침 밥상이, 아버지의 목소리 속에서 맞이하며 일어나기 싫기만 했던 새벽 아침이, 이젠 정말 그립습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한 지 4개월이나 지났지만, 시간이 오래됐다고 해서 그리움이 무뎌지는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에게 항상 의지해왔던 철없는 중학생이 낯선 곳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고등학생이 되기란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공부하고 있을 때면, 조용히 들어와 조금씩 쉬면서 하라며 아버지께서 서툰 칼질로 그릇에 깎아주시던 각지고 모난 사과는 이제 친구들과 함께 편의점에서 사서 먹는 컵라면이 되어버렸습니다.

‘너희는 커서 아빠처럼 살지 말고 꼭 성공한 사람이 되라.’ 아버지, 이 말은 항상 제게 가장 큰 모순으로 다가옵니다. 일 년에 쉬는 날은 설날과 추석 단 이틀. 태풍이 휘몰아치는 날에도, 눈보라가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린 날에도, 그리고 아무도 출근하려고 하지 않는 날마저도 아침 7시 생골시장 가운데 위치한 신발가게 문을 열고 그 앞 계산대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그런 외로움이 있었기에 저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얼마 전 어머니에게서 아버지께서 밥맛이 없으셔서 고생하고 계신다는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딸이 괜한 걱정을 하게 될 거라며 알리지 말라고 하셨다는 것까지 듣고 나니, 심장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편찮으신 줄도 모르고 연락 한 통도 먼저 드리지 않았단 죄책감에 괴로웠지만, 다시 한 번 아버지의 사랑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않으셔도 될 만큼 곧게 성장할 것을 약속합니다. ‘아버지’가 제 아버지여서 참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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