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 정의 갈구 유별나지만
내 문제라는 1인칭 思考는 회피
정의 私有化 경향 높으면 위험
正義의 잣대는 균형 잡힌 立法 ‘법으로 대못 박겠다’ 위험천만 민의가 정의의 파편화 막아야
한국인은 정의(正義)에 대해 유달리 관심이 많고, 정의 실현의 요구가 특히 강한 것 같다.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미국에선 10만 부 남짓 팔렸을 뿐인데, 한국에선 130만 부가 넘게 팔렸다. 한국에서 이런 열풍 현상이 나타난 것은, 좁은 땅에 과밀하게 모여 살면서 유행을 타는 사회적 특성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정의에 대한 환호와 목마름도 또 하나의 배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의에 대한 갈구가 크다면 스스로 정의를 실현하는 1인칭적 사고(思考)와 행동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할 텐데, 여전히 많은 사람이 한국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라고 느끼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샌델은 그의 저서 제목에서 정의를 ‘해야 할 올바른 일’로 부연하고 있다. 정의를 풀이한 가장 쉽고 명료한 해석이 아닌가 싶다. 그가 정의를 논하면서 공리주의나 자유주의 등의 철학적 관념을 공동체주의와 결합하려 한 점은 현재의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해야 할 올바른 일이 명분과 이념에 갇혀 있거나 주관적 당파적 판단에서 이뤄진다면, 공동체에 올바르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 국내에서도 상영된 ‘백악관 최후의 날’이란 영화는 북한 연계 테러리스트들이 백악관을 점령해 미국 핵무기 시스템을 파괴해 미국을 황폐화시키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미국 대통령을 협박해 한국 동해상에 배치된 미 해군 7함대와 한국 내 미군을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미국 핵무기 시스템을 파괴하겠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에서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하려 하느냐는 질문에 테러리스트는 정의를 위한 것이라고 외친다. 극히 주관적인 개념으로 정의를 사유화해 스스로 정당성이 있는 것으로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이처럼 정의가 주관적으로 극단화된 형태로 나타날 경우, 사회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정의는 시대적 현실이나 공동체적 이상 등을 복합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정의를 추구하고,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를 찾는 사회적 도구가 법이다. 법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면, 정의와 공정은 사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기회를 잃게 된다. 입법 과정에서 치밀한 논의와 검증을 거치지 못한다면, 그 법은 정의 실현과 공정 확보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위험과 불합리한 손실을 초래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입법 과정은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최대공약수를 찾아내는 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나 정부의 입법 과정을 보면 정당별, 이념별, 또 집단별로 극단적 대립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우리 모습이다. 어느 정당은 상법이나 공정거래법의 개정을 개혁이라 하고, 다른 정당은 규제 혁파와 노동개혁을 주된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한 나라에서 동일한 상황과 맥락을 놓고, 하나의 언어로 된 법을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이 한참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의견의 차이를 좁히는 대화와 타협의 건전성이 파괴된 지 오래고, 법으로 대못을 박겠다는 공언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기괴한 기술적 장치까지 만들어지게 됐다. 그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의 입지가 뒤바뀌면서 손바닥을 뒤집듯 하는 모습은 기시감(旣視感)의 전형일 듯하다. 더욱이 정부 입법은 합목적성을 우선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합리성과 균형감을 놓칠 수 있다. 일방향적 목적이 정의로 분식(粉飾)될 때는 더욱 심각해진다. 주휴수당과 관련된 최저임금법 시행령도 그러한 관점에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이 대상으로 하는 목적은 하나라 할지라도, 그 대상에는 수많은 요소가 관련돼 상호작용해 왔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 내부는 어느 때보다 갈등과 대립이 심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 배경에는 정의의 혼선과 목적으로 수식된 공정이 한몫하고 있다. 그렇기에 정의와 공정을 객관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이행 수단으로서의 입법이 합리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법자로서의 정치인이 부분적 정의 관념에 매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인인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민심이다. 결국, 정의가 이념적·집단적으로 파편화하지 않고 균형감 있는 가치로 통합돼야 하고, 이것이 결실로 이어지도록 해야 할 본원적 책임은 우리 각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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