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삼성전자가 오는 13일 창립 50돌을 맞는다. 지난 1969년 ‘삼성전자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삼성전자는 첫해 36명의 직원이 37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창업 50년이 지난 2018년 삼성전자의 매출은 243조 원이 넘고,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4.6%에 해당한다. 고용 인원도 10만 명이 넘어 국내 단일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직원을 보유한 기업이 됐다.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17%에 해당한다. 최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글로벌 기업 200여 개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한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7위에 올랐다.

잘 나가던 삼성전자가 연초부터 실적이 부진함에 따라 한국 경제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10조8000억 원으로 증권사들의 전망치보다 2조5000억 원이나 낮았다. 1년 전과 지난해 3분기의 영업이익과 비교할 때 30∼40% 가까이 줄어들었다. 전체 영업이익의 80%나 점유하고 있는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결국 반도체 수요 감소로 현실이 됐다. 반도체 시장 불황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스마트폰·가전·TV 등 주요 품목도 실적이 부진해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실업률 증가, 소비와 투자의 위축, 수출의 감소로 어려운 한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삼성전자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배경에는 끊임없는 혁신(Innovation),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Invest),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의 세계화(International)를 지향하는 ‘인삼 (In-3) 전략’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포스트 반도체’를 주도할 혁신 제품이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과 투자도 전무한 상황이다. 기업의 수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짧다. 한때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며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던 코닥, 노키아, 야후 등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파산하거나 급격히 쇠락했다.

삼성전자는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대형화하면 반드시 관료 체제의 부작용에 시달리게 되고, 관료적 조직문화는 진정한 혁신을 어렵게 만든다는 데 있다.

얼마 전 삼성전자에서 개발 업무를 담당하다 퇴사한 후 창업을 결정한 한 젊은이가 인터넷에 남긴 후기는 시사하는 바 크다. 그는 삼성전자의 제조업 중심 문화 때문에 본인의 근무 환경이, 급변하는 IT 시장이 필요로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이를 배워서 따라가려는 분위기도 없었다고 했다. ‘결국 죽어라 일해도 이 회사는 남의 회사였고, 나는 그냥 대졸 사원 1명에 불과했다. 창의와 열정을 죽이는 대기업 시스템을 보며 이게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황금족쇄임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반세기 동안 고속 성장하며 혁신을 저해하는 관료적인 문화를 만들지는 않았는지 진지하게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당나라 태종의 태평성세 내용을 담은 ‘정관정요(貞觀政要)’에 ‘이창업 난수성(易創業 難守成)’이란 말이 있다. 삼성전자에 적용하면 현 위치를 지키는 것(수성)이 50년 전 창업보다 훨씬 어렵다는 뜻이 된다. 삼성전자는 달리는 자전거와 같아서 혁신을 멈추면 쓰러진다. 관료적인 조직문화를 일신하고, 창의와 열정에 의한 혁신으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야 삼성도 살고 대한민국 경제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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