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9일 ‘북한 외교관 조성길 가족 한국행 지지 시민연대’를 결성했다.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3만 탈북민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다.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임시대사대리가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피신해 망명지 선택에 고민하는 것으로 확신하고 싶다. 하지만 조 대사대리와 그의 가족이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을 탈출한 지 두 달이 다 된 지금도 그의 행적을 몰라 안전이 걱정된다. 이미 목숨을 걸고 영국을 탈출한 경험이 있는 나로선 사랑하는 후배 조 대사대리가 역경에 처하지나 않을지 요즘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본인이 걸어온 그 길로 안전하게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다면 더없이 기쁘겠지만, 만약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는 꿈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난다.
조 대사대리를 비롯한 끊이지 않는 탈북 행렬은 북한 김정은 체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상당한 고위층이 벌써 김정은 체제를 일종의 ‘난파선’으로 여기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특히, 외교관처럼 외부 세계를 경험한 엘리트층이 느꼈을 절망감과 자괴감 이상의 탈북 사유를 찾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해외에서 열심히 노력한 조 대사대리를 북한 당국은 지난해 11월 중순 평양으로 갑자기 불러들이는 소환장을 보냈다고 한다. 결국, 본국 귀환을 앞둔 그로서는 질식할 것 같은 폐쇄 사회로 한창 공부하는 자식들을 이끌고 다시 돌아가느니 목숨을 건 망명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조 대사대리는 부친과 장인이 모두 대사를 지낸 고위층 집안 출신으로, 북한 고위층을 위한 사치품 조달 책임자였다. 그리고 유럽의 북한 비자금 흐름도 훤히 꿰뚫고 있어 북한 당국이 그의 망명으로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은 무척 클 것이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리긴커녕 날이 갈수록 강화되면서 북한 당국이 더한층 외교관들을 외화벌이나 밀수 같은 불법행위를 하도록 내몰고 있는 판에 베테랑 외교관의 탈북은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 외화벌이 실적에 대한 본국의 추궁과 소환 압박은 외교관들의 이탈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조 대사대리도, 문정남 로마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하는 등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한 이탈리아에 근무하면서 압박감이 매우 컸을 것이다.
조 대사대리 가족이 한국으로 오든 미국으로 가든 우리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같은 민족이 사는 대한민국에 그들이 와서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동포애를 보여주고 우리가 그들의 신변 안전을 걱정하고 있다는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되고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자면 대한민국이 북한 주민들을 따뜻이 안으려는 모습을 보여줄 때 북한 주민들도 우리를 향해 다가올 것이다.
조 대사대리여! 망명지 선택을 놓고 고민하지 말라. 답은 나와 있다.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장승길 전 이집트 주재 대사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모 고용숙 씨의 경우를 보라. 그들은 사실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은둔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다. 나를 보라. 나와 우리 가족은 현재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사람답게 살며 자식들 모두를 최고의 대학에서 무료로 공부시키고 있지 않니. 어서 서울로 와서 나와 함께 열심히 살면서 통일의 미래를 그려 가자. 우리의 결단은 통일되는 날 온 민족의 박수를 받을 일임을 나 태영호의 이름을 걸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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