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으로 증여 의사를 표시한 부동산에 대해 소유권을 이전해주기 전에 제3자에게 처분해 등기를 마쳤다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배임 혐의로 기소된 민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서면으로 부동산을 증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부동산 소유권을 넘길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이 경우 증여자는 배임죄에서 규정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증여자가 증여계약에 따라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수증자와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민 씨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모 씨에게 자신이 소유한 경기 양평군 목장용지 중 2분의 1을 증여한다는 의사를 2007년 서면으로 표시했다. 하지만 민 씨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지 않고 있다가 2011년 4월 목장을 담보로 은행에서 4000만 원을 대출했다. 이에 이 씨는 “증여계약에 따라 부동산 소유권을 이전해줄 의무가 있는 민 씨가 부동산에 제3자 명의로 저당권을 설정해줘 대출액의 절반인 2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민 씨를 고소했다.

1·2심은 “증여계약에 따라 민 씨가 이 씨에게 소유권을 이전해줘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됐더라도 이는 민 씨의 ‘자기 사무’에 불과할 뿐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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