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효고현의 작은 도시 단바에는 ‘월령(月齡)빵집’이 있다고 합니다. 달이 차고 기우는 월령에 따라, 그러니까 달의 주기에 따라 빵을 굽는다는군요. 쓰카모토 쿠미라는 여성 제빵사가 운영하는 1인 베이커리 히요리 브롯입니다. 이곳은 월령 0일에서 20일까지(음력 초하룻날부터 보름을 지나 5일 뒤까지) 빵을 만들고, 월령 21일부터 28일 사이엔 빵을 만들지 않습니다. 쉬는 동안에는 다음 빵을 만들기 위한 식재료 여행을 떠납니다. 직접 생산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더 좋은 식재료를 구하러 다닙니다. 그래서 ‘여행하는 빵집’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도쿄의 인기 베이커리인 시니피앙 시니피에에서 7년간 근무하고 2016년 독립한 쓰카모토는 달의 주기에 따라 파종하고 수확하는, 독일 사상가 루돌프 슈타이너의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에 공감해 월령 빵집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음력 농경문화였던 우리에겐 새로울 것 없지만 달이 차고 기우는 흐름에 빵집 운영을 맡긴다니 신비롭긴 합니다. 쓰카모토가 자신의 월령 빵집 이야기를 풀어낸 ‘달을 보며 빵을 굽다’(더숲)가 이번 주 나왔습니다.

하지만 단바를 찾아가도 히요리 브롯을 만날 수 없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만들기 때문입니다. 쓰카모토는 1년 365일 매일 빵집을 열기 쉽지 않은 데다 결혼해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을 계속하기 위해 이 방식을 택했습니다. 주문받아 빵을 만들면 빵을 버리는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단바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식재료에 전국 생산자들이 보내는 밀가루, 채소, 과일, 달걀, 우유를 더해 제철 재료로 빵을 만듭니다. 대부분 그 시기를 놓치면 맛보기 어려운 기간 한정 메뉴입니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하기에 주문은 하루에 14건밖에 받지 못합니다. 크게 돈 벌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5년 이상 기다림을 감수하고 주문하는 고객도 많아 어려움 없이 빵집을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즐겁게 하고, 주변과 함께 살고 싶던 그는 바람대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워라밸(Work-life balance) 시대인지라 요즘 쓰카모토처럼 자기만의 삶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책이 많이 나옵니다. 어떤 이는 성공하고, 어떤 이는 실패하지만 어디선가 또 다른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출발점이라면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렇다면 그 대신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아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삶이 마땅치 않아도 모두가 직장을 나와 새 도전을 할 순 없지만 우리의 매일매일도 실험과 시도, 선택의 연속이니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무엇을 버릴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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