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결정자 8인에 대한 짧은 평전(評傳)이다. 책의 앞부분은 문재인 정부의 김동연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 김수현 2대 청와대 정책실장(초대 사회수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다룬다. 뒤쪽은 노무현 정부의 이정우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 이동걸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정태인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복잡한 경제정책을 담고 있는 책은 뜻밖에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현장 기자로 20년 가까이 경제 관련 부처를 취재해 온 저자의 공력 덕분이다. 각 인물의 삶에 숨은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소개하면서 그것이 공적인 행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사안들은 핵심 개념을 통해 명쾌하게 정리하는 한편 그 내용을 도표 등으로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각 장의 글을 짧게 쪼개고, 한자나 전문 용어는 괄호나 각주에 자세히 풀어놓은 데서 저자의 꼼꼼함이 드러난다.
책의 앞부분인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 편은 당연히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를 주요 테마로 하고 있다. 최저임금, 고용 상황 등을 둘러싸고 불거진 갈등에 본질적으로 내재돼 있던 관료파와 개혁파의 시각 차이. 분리될 수 없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두 사람이 각기 한 축씩 맡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청와대의 오류. ‘경제 투톱’이라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체제를 방임한 대통령의 책임. 저자는 이런 것들을 지적하면서 향후 정책 수립과 집행에 교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평전인 만큼 개인사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김 전 부총리가 경제 관료 특유의 편협함을 뛰어넘어 유연하고 현실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바탕에 통섭적인 박사 논문(미국 미시간대)이 있다는 것을 살피고 있다. 11세 때 여읜 아버지가 생전에 큰 바위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 2013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큰아들이 공직자인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겼다는 것 등이 그의 언행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경영학자인 장 전 실장이 거시경제와 복지·환경·여성 문제 등에 대한 안목을 필요로 하는 정책실장을 맡은 것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다. 그러나 그가 금수저 출신이면서도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장 전 실장의 재산이 많은 것은 흔히 말하듯 장하성 펀드 때문이 아니라 친척 동생의 인터넷 회사에 돈을 빌려준 게 예기치 않게 불어난 덕분이라는 것, 실장 취임 후 금융권에서 일하는 동생을 외유시켜서 이권 청탁자들을 차단했다는 것 등은 신선하게 들린다.
저자는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 ‘설계자(architect)’였던 김수현 현 정책실장이 실패의 경험으로부터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수현 정책실장 기용을 반대했던 이정우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지지하면서도 최저임금 과속 등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그가 조선 시대 임금에게 쓴소리를 했던 영남‘사림(士林)’들처럼 학자적 양심을 중시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책은 이처럼 폭넓은 시야를 담고 있다. 어느 인물 편이나 읽어도 경제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그 긍·부정 요소를 헤아릴 수 있다. 496쪽, 1만9000원.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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