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타계한 호킹 유고작
간명하면서도 유머 섞어
물리학 이론 압축적 설명
인류 위협하는 요소로는
소행성충돌·핵전쟁 꼽아
과학 성과엔 극찬했지만
‘존재’에 대한 대답 미뤄
지난해 3월 76세로 타계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유고집이다. 호킹은 ‘신의 존재’나 ‘우주의 시작’ ‘인류의 미래’ 같은 오늘날의 거대한 질문들, 곧 빅퀘스천(the Big Questions)에 관해 다양한 형식으로 대답해왔지만, 그 내용을 자료로도 보관했다. 이 책은 그 자료를 발췌해 그가 세상을 뜰 무렵 편집 준비 중이었다. 호킹의 사후에 출간을 앞두고 책의 내용에 관한 뉴스들이 전 세계 언론을 장식했다. 사람들은 그를 통해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며,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답을 듣고 싶어 했다.
책에 나오는 10가지 거대한 질문도 종국엔 여기로 수렴된다. 책의 제목이 시사하듯, 호킹은 간명하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섞어가며 우리가 가진 ‘우주적’ 의문을 쉽게 풀어준다. 그 과정에서 ‘호킹 복사’ 이론을 비롯해 대중이 이해에 엄두를 못 내던 어려운 물리학 이론들을 압축적으로 설명해준다.
책의 맨 앞에 있는 ‘왜 우리는 거대한 질문을 던져야 하는가’라는 글은 호킹의 짧은 자서전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의 학문적 선택과 연구 과정을 들려준다. 21세에 5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루게릭 병의 시작과 악화는 학문적 성과와 궤를 같이했는데, 호킹은 담담하게 그 과정도 들려준다. 손에 만져질 듯한 죽음 앞에서 ‘신’이 아닌 ‘과학’을 택한 그는 “나는 이 행성에서 아주 특별한 삶을 살았다. 살아서 이론물리학을 연구할 시간이 허락된 것은 나에게는 큰 영광이었다”고 말한다. 그가 도달한 지점은 이 글에서 말하는 “우리는 개체가 아닌 하나로 통합된 존재다… 하나의 행성, 하나의 인류”인 것 같다.
‘신은 존재하는가?’는 그가 생전에도 답하며 세계 종교계를 들썩이게 했던 질문이지만, 책에서는 그동안 물리학의 성과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호킹에 따르면, 현대에 이르러 종교가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는 우주의 기원 곧 ‘창조’다. 빅뱅의 순간을 따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는 마침내 하나의 점, 무한히 밀도가 높은 하나의 블랙홀이 될 것이다. 이미 현대물리학이 밝혀낸 것처럼 블랙홀에서 빛뿐만 아니라 시간도 빨려들어 멈추듯, 빅뱅 이전에 공간은 물론 시간 자체도 없었다. “나에게 그것은 창조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창조자가 존재할 시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상의 경험을 통해 모든 사건은 원인과 결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원인 곧 신이 없는 것이다.
호킹은 “우리는 각자가 원하는 것을 믿을 자유가 있다”며 신앙을 무시하진 않지만, “누구도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고 누구도 우리의 운명을 지시하지 않는다. 나는 인간이 죽으면 먼지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한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알게 된 지각을 가지고 우주의 위대한 설계를 감상할 수 있는 한 번뿐인 삶을 살며, 나는 이를 감사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호킹은 소행성의 충돌과 현시점에서의 핵전쟁 가능성을 위협 요소로 꼽는다. 그는 10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말하는데, 그 안에 핵 대치나 환경 재난으로 지구가 필연적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전까지 독창적인 인간들이 지구를 벗어나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을 방법을 발견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유전공학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도, 그 현실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오히려 “환경 변화나 우주여행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면, 인간의 정신적·육체적 특성을 개선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기는 하다”고 긍정한다.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라는 마지막 질문에서, 현대 과학의 성과를 상찬하던 호킹은 “존재에 대한 거대한 질문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고 한발 물러선다. 생명은 어떻게 시작됐고 의식은 무엇인지, 우주에는 우리뿐인가 등에 관한 해답은 다음 세대에 미루고 있다. 그러면서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자. 삶이 아무리 어려워도, 세상에는 해낼 수 있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일이 언제나 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상상력을 가둬두지 말자. 미래를 만들어나가자”고 호소한다. 298쪽, 1만7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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