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전쟁’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아낸 안정효의 소설 ‘전쟁과 도시’를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우리가 참여했던 전쟁의 이면이 꽤나 어두운 결과를 초래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이 담겼다.
1990년대 정 감독이 만든 영화는 한결같이 당시 한국사회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들이었다. 당시 그는 영화계의 ‘까칠남’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정 감독이 내심까지 뾰족한 사람은 아니다. 그의 데뷔작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1982)와 ‘위기의 여자’(1987)를 거쳐 ‘블랙잭’(1997)에 이르는 또 다른 작품 연보는 정 감독이 필름누아르나 치정 스릴러 등 장르영화에 대한 욕망이 남다르며, 그 재능 또한 비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대가 허락했다면 정 감독은 어쩌면 브라이언 드 팔마(‘드레스드 투 킬’ ‘칼리토’ ‘언터쳐블’ 등을 만든 할리우드 장르영화 감독)처럼 스릴러 전문 감독이 됐을 법한 인물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감독의 시대와 역사에 대한 ‘거대 담론 강박증’은 그 스스로를 영화적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게 했다. 그는 자신의 저주받은 실험영화 ‘까’(1998) 이후 무려 13년을 침묵으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부러진 화살’(2011)과 ‘남영동1985’(2012)로 그가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정 감독은 현존하는 한국 현대영화감독 중 노년에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한국영화 역사에 있어 새로운 롤모델로 꼽힌다. 그는 현재 조선희의 소설 ‘세 여자’의 영화화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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