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산업부 부장

김대중(DJ) 정부가 끝나가던 2002년 4월, 경제개발계획 수립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옛 경제기획원(EPB)의 맥을 잇는 재정경제부(재경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년여에 걸쳐 수십 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한 결과물인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을 위한 기본 청사진’을 발표했다. 10년, 20년, 30년 후 한국을 내다보는 원대한 프로젝트였다. KDI가 준비한 청사진에는 송도 신도시, 영종도, 김포 매립지 등 수도권 3개 지역 4000만 평을 경제특별구역(경제특구)으로 지정하고 관광·레저·금융·숙박·국제 전시 등을 담당할 외국 기업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과거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제개발계획을 짰던 것과 유사한, 이를테면 서비스업판(版) 경제개발계획이었다. 옛 재경부와 KDI의 문제의식은 “한국은 더는 제조업만으로 먹고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대안(代案)은 무엇일까. 옛 재경부와 KDI는 서비스업에 주목했다.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서비스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 비해 파격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경제특구를 만들어 외국 기업을 끌어들이고, 이들을 통해 국내 서비스업의 질(質)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이 프로젝트는 해외 기업이 아니라 국내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수정되더니,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당시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으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이 서비스업에 특별히 주목한 이유 중 하나는 일자리 창출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7.3명으로, 제조업 취업유발계수(8.8명)의 두 배 수준이라고 한다. 취업유발계수란 10억 원어치의 재화 및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간접적인 고용자 수를 뜻한다. 제조업은 고도화할수록 10억 원어치의 재화를 생산하는 과정에 만들어지는 취업자 수가 줄어든다. 한국이 서비스업의 근본적 개선 없이 제조업만으로 앞으로 고용을 포함한 각종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서비스업 취업자는 1884만8900명이다. 제조업 취업자(449만1000명)의 4배 가까이 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서비스업 일자리는 전반적으로 질이 좋지 않다. 상대적으로 좋은 서비스업 일자리라고 하더라도 국제무대에 내놓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데는 별 이론(異論)이 없다. 우리나라는 국내 시장이 작아서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통계청이 내놓은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전년 대비)은 9만7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8만7000명 감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려고 재정(국민 세금)을 투입한 일자리와 공공기관 채용을 늘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안은 서비스업 활성화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카풀(출퇴근 차량 공유) 등 가장 기초적인 공유 경제조차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담대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고용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haedong@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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