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의 영혼이다. 탱고는 이 악기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만들어진 춤이다.’ 작은 손풍금인 반도네온에 자주 인용되는 표현이다. ‘탱고의 황제·전설’ ‘누에보 탱고의 창시자’ ‘탱고의 역사를 바꾼 음악가’ 등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도 작곡가를 겸한 반도네온 연주자였다. 그는 몽환적이면서 우수(憂愁)에 잠겨 폐부를 할퀴는 듯한 음색의 반도네온을 ‘탱고의 심장’이 되게도 했다. 하지만 그는 ‘반도네온은 악마의 악기’라며 “연주자가 되려는 사람은 어딘가 이상한 게 틀림없다”고도 했다. 제대로 연주하기는 어떤 악기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어렵다는 취지다. 반도네온 전문 연주자가 한국에 10명 남짓에 불과한 이유다.
한국에서 독보적인 반도네오니스트가 고상지(36)다. 대중음악과 클래식 음악을 아우르며 섬세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연주하는 그에게 매료됐다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본인은 손사래를 치지만, 많은 사람이 그를 현재 한국 최고의 반도네오니스트로 여긴다. 연주 역량이 돋보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담은 정규 앨범도 3집까지 냈다. 그가 반도네온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본고장인 아르헨티나로 유학 갔던 과정부터 극적이었다.
대전과학고 1학년 때 피아졸라 연주를 방송으로 처음 듣고 눈물을 흘렸던 그는 카이스트(KAIST)에 입학해 교내 록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쳤다. 2학년 때 이모가 있는 아르헨티나에 갔던 어머니는 거리의 악사가 사용하던 중고품 반도네온을 사 왔다. 그 악기로 기숙사에서 혼자 밤낮없이 연주법을 익히던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서울 홍익대 앞에서 거리 공연을 자주 했다. 이를 본 선배가 일본의 유명 연주자 고마치 료타에게 이메일로 그 사연을 보낸 일을 계기로, 그는 3개월마다 일본에 가서 2주일씩 배웠다. 3년 6개월 동안 그러다가 아르헨티나에서 반도네온 진수(眞髓)를 10년 동안 체득하고 돌아온 그는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연주 영역을 개척해왔다. “반도네온이 내는 애절하면서도 앙칼지고, 공격적이고, 콕 찌르는 느낌의 소리가 좋다”는 그의 2019 신년 연주회가 ‘The Universe’ 주제로 오는 1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린다. 그의 도전적이면서 감동적인 무대가 따뜻한 위로와 진취적 희망의 정서를 느끼게 해 줄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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