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저항·정쟁에 지지부진
20대국회 규제法 833개 발의

文“商議와 TF 꾸려 혁신 검토”
재계“시장중심 정책전환 절실”


정부가 플랫폼(기반)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혁신성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제조업의 위기를 맞은 국내 경제에 활력에 불어넣고 국민의 미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권 3년 차 국정운영 기조로 밝힌 혁신성장 복안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웠던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액션 플랜’인 규제혁신은 빠진 채 10∼20년 장기 로드맵만 내놓아 실질적인 성과엔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 R&CD 혁신 허브에서 제1차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열고 ‘데이터·인공지능(AI)경제 활성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데이터, AI, 수소 경제 등 3대 플랫폼 경제에 올해 1조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 플랫폼 경제 활성화를 지원해나갈 방침이다. 플랫폼 경제는 기존 주력산업·신산업·에너지 등 산업 전반을 혁신하는 데 근간이 되는 인프라, 기술, 생태계를 말한다.

혁신성장은 올해 정부가 전면에 내세우는 경제정책이지만 지난 2년 동안 실질적인 규제개혁은 기득권의 저항과 정치권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일례로 카풀 등 차량 공유 서비스는 각종 규제와 택시업계 반발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정부는 차량 공유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택시업계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결국 카카오는 택시 업계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어온 승차 공유 서비스 ‘카카오 카풀’ 시범 서비스가 잠정 중단했다. 의료기기 규제 완화 역시 시민단체와 의사, 약사 등 이익집단 반발로 관련법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의료계 반대를 뚫고 규제를 풀어 원격진료 활성화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정부가 규제개혁에 주저하는 사이 규제는 오히려 늘어나는 중이다. 20대 국회 들어 기업 관련 법안은 1500개 이상 발의됐고 이 중 절반이 넘는 833개가 규제 법안이었다. 규제 혁파에 나서야 할 정부도, 규제 혁신 관련법을 처리해야 할 국회도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 제거’가 모두 흐지부지된 것처럼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 자리에서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가 곧 시행되면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도 신속히 이뤄질 것”이라며 “규제혁신 부분은 대한상의와 정부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검토하며 성과를 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혁신성장전략 회의는 매달 한 번씩 열릴 예정”이라며 “혁신성장과 관련한 규제혁신, 주력산업·신산업·서비스업 산업혁신, 투자대책 등이 논의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을 통해 ‘규제 신문고’ 제도를 시행 중이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총 2631건의 국민건의를 처리하는 등 국민참여형 규제 혁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경제계 전반을 아우르면서 ‘기업 하기 좋은 환경’ ‘혁신성장’에 부합하는 규제개혁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반응이 다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정보 이용 및 빅데이터 활용 등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결합하면 국내 플랫폼 경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지만 현재 규제가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구성돼 문제가 있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 중심이 아닌 시장 중심의 산업 창출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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