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편소설 ‘아무도 모르는 기적’ 낸 원로작가 김주영
착한 호랑이·순박한 소년 통해
타락한 기성세대 일깨우고 싶어
동화적이면서 사회적인 이야기
前作 ‘뜻밖의 생’에선 개 주인공
동물·자연 다룬 소설 계속 쓸것
원로 소설가 김주영(80·사진) 작가가 중편소설 ‘아무도 모르는 기적’(문학과지성사)을 펴냈다. 2017년 4월 발표한 장편 ‘뜻밖의 생(生)’ 이후 불과 2년 만이다. 올해로 등단 49년 된 원로 작가의 지칠 줄 모르는 창작욕의 결과다.
‘아무도 모르는 기적’은 1950년대의 한 산골 마을이 배경이다. 8세 소년 준호는 어느 날 아버지를 따라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 간다”는 장마당 외출에 나선다. 장에 고추를 팔러 가는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집 이외의 바깥세상을 구경하러 나간 것이다.
순박한 시골 소년의 눈에 비친 장마당은 시끌벅적한 요지경이다. 온갖 인간 군상이 거래하고 있다. “암소를 몰고 나타난 사람, 멧돼지 네 다리를 꽁꽁 묶어 짊어지고 오는 사람, 잎담배를 겨드랑이에 끼고 오는 사람, 대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오는 아낙네, 땔나무 짐을 지고 나타난 늙은이” 등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하지만 준호의 눈길이 머무는 곳은 신발 가게. 아버지는 준호에게 새 고무신을 사주었지만 준호는 고생하는 어머니가 떠올라 엉겁결에 어머니의 신발을 훔쳐 나오게 된다. 그리고 당황한 나머지, 아버지를 놓치고 한참을 헤매다가 간신히 뒷집 아저씨를 만나 화물트럭을 얻어타고 먼저 집으로 향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그때 그 시절의 시골 장터 모습 그대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소년이 난생처음 보는 장터 풍경에 넋을 빼앗겼다가 가까스로 귀환한다는 것. 그러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준호는 화물트럭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산속에서 거대한 호랑이를 만난다. 트럭을 막고 선 호랑이의 기세에 준호는 물론 화물트럭에 같이 타고 있던 일행은 전부 겁에 질린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중반 부분 호랑이의 등장과 함께 소설은 기막힌 반전으로 접어든다. 인간의 나약함, 이기주의, 부도덕성 등 사회성을 내포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화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이다.
김 작가는 “안톤 체호프나 오헨리의 단편을 좋아한다. 짧지만 의외의 반전이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면서 “호랑이가 등장한 이후의 반전을 통해서 소년의 순진무구함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도덕함으로 인해 기성세대는 많이 추악해졌다. 소설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모습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며 “요즘 서양 동화가 많은데 우리 전래동화도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것, 어른들이 읽을 수 있는 동화도 있다는 게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2년 전 ‘뜻밖의 생’에서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한 인물의 성장담을 쓰면서도 그와 체온을 나눴던 개 칠칠이를 주인공 이상으로 내세웠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우리 전래동화에서 ‘산신령’ ‘영물’로 불리는 호랑이를 중요한 모티프로 했다.
김 작가는 내친김에 이처럼 짧지만 메시지가 있는 중편소설을 단행본으로 지속해서 출간할 예정이다.
긴 글을 잘 읽지 않는 요즘 독자들에 대한 맞춤형 노력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동물과 나무 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5∼6편 준비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그런 시리즈의 첫 번째”라며 “쓰고 싶은 열정과 꿈이 있는 한 계속해서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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