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라떼를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예전에 누군가의 집이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2층까지 뚫려 있는 거실 천장의 커다란 샹들리에가 화려한 나무장식과 함께 레트로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이곳은 ‘연남방앗간’이다. 방앗간이라고 하면 가래떡을 뽑아주거나 기름을 짜던 곳인데 왜 카페에 방앗간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궁금하던 차에 주문한 참깨라떼가 나왔다. 참깨라떼의 첫 모금에서 참기름의 고소함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거실 한쪽으로 참기름병이 전시돼 있다. 참깨라떼에 참기름이라도 들어간 것일까?
외양으로는 일반적인 카페와 다를 바 없는 ‘연남방앗간’은 식문화 기반의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공간이다. 먹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과 문화를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품질은 좋지만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음식을 소개하는 ‘방앗간 미식회’와 연남동에 위치한 음식 브랜드를 소개하는 ‘방앗간 토크’를 통해서 로컬 브랜드를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연남방앗간’에서 참기름을 판매하게 된 이유도 전국에 숨어 있는 참기름 장인들의 참기름을 세상에 알리려는 한 젊은이에 의해 시작됐다.
시장이 좋아 전국의 재래시장을 찾아다녔던 이 젊은이는 외국의 참기름과는 달리 볶은 깨로 착유하는 우리나라 참기름의 가치를 알게 됐다. 하지만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사라지고 있는 장인들의 참기름이 안타까워 2년 전 구로시장에서 참기름 편집숍을 시작했고 스스로를 참기름 소믈리에라고 부르면서 직접 만든 참기름과 참기름이 들어간 참깨라떼와 참깨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연남방앗간’을 열게 된 것이다.
국내 유일한 참기름 소믈리에가 ‘연남방앗간’을 준비하면서 인연을 맺은 이 집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지역 공동체에 뿌리를 두고 새로운 식문화를 이루고자 했던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했을까?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이 특별히 이웃과 친하게 지냈다는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이곳을 동네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에 용기가 됐다. ‘연남방앗간’의 ‘누군가의 작업실’은 창작자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소통하는 공간이고 ‘누군가의 책방’은 개인이 기획한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공간이다. ‘누군가의 식탁’에서는 ‘연남방앗간’에서 기획한 콘텐츠로 참여자와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
‘연남방앗간’에서 하고 있는 일들을 알고 나니 먹고 있던 참깨라떼가 더 고소하게 느껴진다. 사이 좋은 연인이나 부부관계를 깨를 볶는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연남방앗간’과 연남동이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오래도록 동네 곳곳에서 고소한 냄새를 풍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주요뉴스
시리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