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제89호 보유자인 구혜자 침선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 두루마기 관복인 ‘청색 단령’ 마무리 바느질 작업을 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89호 보유자인 구혜자 침선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에서 두루마기 관복인 ‘청색 단령’ 마무리 바느질 작업을 하고 있다.

④ 구혜자 침선장

1대 시어머니로부터 전수받아
TV드라마 침선장 실제 모델

“재봉질로 만들면 선 거칠어
손바느질 해야 옷맵시 살아”

“옷은 그 사람의 인품 표현
바르게 입어야 하는 이유”

“요즘 사람들 한복 너무 난해
전통 그대로 단순해졌으면”


“한국에는 ‘입은 거지는 얻어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 얻어먹는다’는 속담이 있어요. 그래서 바늘과 실을 아우르는 말로 바느질을 의미하는 침선이 중요하죠. 옷은 사치스럽게는 아니더라도 갖춰 입어야 합니다. 우리가 옷을 바르게 입어야 하는 이유는 옷이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내기 때문이죠.”

침선이란 바느질로 의복과 장신구를 만드는 일로 이러한 침선 기술을 가진 사람을 침선장(針線匠)이라고 한다. 구혜자(77) 침선장 보유자는 2007년 7월 국가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장 보유자가 됐다.


옷을 만드는 일은 바느질 기술은 물론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실을 만드는 제사장(制絲匠), 실이나 천에 물을 들이는 염장(染匠), 옷감 짜는 직조장(織造匠), 옷감을 재단하는 재작장(裁作匠), 금박 등 무늬를 놓는 금박장(金箔匠)이나 자수장(刺繡匠) 등 여러 장인의 협업(協業)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옷의 맵시나 품위, 효용성 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장인은 바느질을 담당하는 침선장이다.

“손바느질로 만든 옷에 사람과 정성과 노력이 담겼으니 물론 그 가치야 달리 말할 필요가 없죠. 그런데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재봉질로 만든 옷도 깔끔하고 예쁘지만 손바느질로 하면 태가 아주 부드럽게 나와요. 손바느질로 해야 맵시 있는 옷이 만들어진다는 얘기죠. 실과 바늘을 전혀 쥐어보지 않았을 것 같은 젊은 주부가 찾아와 바느질에 취미를 붙이고 배우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보기 좋을 수가 없어요.”

구 보유자와 침선의 인연은 1970년 결혼과 함께 시작됐다. 맏며느리로 시집온 구혜자 선생은 침선장 1대 기능보유자로 시어머니인 고 정정완(1913∼2007) 보유자 밑에서 가족들을 위해 옷 몇 점을 지을까 하는 생각에 바늘을 잡았다. 그리고 1988년 시어머니가 초대 침선장으로 인정받은 후 자연스럽게 시어머니의 제자가 됐다.

지난 2014년 인기리에 방영된 TV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극 중 침선장인 시어머니와 기술을 전수받는 큰며느리의 실제 모델은 구혜자 침선장과 그의 시어머니인 1대 침선장인 정정완 보유자다.

“어머니가 지으신 옷을 집으로 가져와 살펴보고, 수치와 비율을 정확히 재고, 기록하면서 하나씩 깨달아 갔습니다. 모르는 부분은 자꾸 여쭤가며 익혔습니다. 어머니는 칭찬에 인색하셨는데 밤새워 만든 도포를 보고 ‘웬만큼 흉내는 냈구나’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 말씀이 제게는 최고의 칭찬이었죠.”

그때 시어머니가 일러주신 것과 본인이 연구한 노트를 모아 만든 책이 ‘한복만들기-구혜자의 침선노트’(한국문화재보호재단 발행)다. 한복 짓는 법을 알기 쉽게 계량화한 책으로 전문서적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구혜자 보유자가 주로 하는 일은 바느질을 통한 우리 전통복식의 재현이다. 구 침선장은 정확한 복식의 재현을 위해서 문서로만 복식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게 아니라 될 수 있으면 직접 절이나 박물관을 찾아가서 두 눈으로 보고 확인한다.

“수백년 전의 옷감을 지금 구하기 어렵지만 구성과 문양은 재현할 수 있어요. 옛 옷의 구성을 되살리다 보면 그 시대의 생활양식이나 사회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바느질하는 것은 힘들지만, 옛 유물을 만났을 때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몇백 년 전의 옷을 접하면 몇백 년 전의 사람을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처럼 실물을 보면서 느끼고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저는 작업한 옷들을 팔지 않아요.”

구 보유자는 소박하지만 가난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난하지 않은 옷을 만들어 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에게 요즘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한복은 어떻게 비칠까.

“요즘 사람들이 한복을 너무 난하게 만들어 입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현대화라는 명목 아래 지나치게 변형된 옷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저는 전통은 전통으로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옷은 원래 직선으로 지어져 사람이 움직일 때 그 고운 선이 드러나야 하는 것인데 그 단순한 선을 서양 복식에 따라 자르고 붙이면서 오히려 더 복잡해졌어요. 바르게 만들어서 입었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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