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조선반도 비핵화 개념은 ‘미군 위협’이 있는 한 자위권적 핵무장은 정당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핵무기를 만들지도 실험하지도 않으며 사용·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란 그의 발언 또한 보유 중인 핵무기와 핵물질, 핵시설의 폐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따라서 2019년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사실상의 핵보유국(de facto nuke power)’으로 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더욱이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터에 9·19 남북 군사합의로 전방지역 사격훈련도 제한을 받고 재래식 ‘무력증강’조차 북측과 협의해야 할 상황으로, 대북 억지력이 급격히 약화했다. 북한의 저의는 우리 전력을 현 수준에서 묶고 운용적 군비통제 협상을 통해 방어적인 우리 군의 배치 약점까지 확대시키려는 것이다. 국군만 무장해제될 지경이란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노련한 북한 협상 전문가들이 수십 년 쌓은 노하우를 담은 협의서 하나로 막대한 전리품을 챙긴 것이다.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본토를 위협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폐기의 보상으로 핵 동결·비확산에 합의하고, 기존 핵을 묵인해 주는 합의를 해 줄 경우 우리 안보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그리되면 우리는 북한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 북·중·러 북방 삼각관계도 복원돼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등 김정은 체제의 생존 여건은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 북한 핵시설을 겨냥하던 미국의 창끝도 무뎌진 상태다.
북한 비핵화는 답보 상태인데, 정부 안에서 대북 제재 완화는 물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거론한다. 전방 감시초소를 없애고, 사격 훈련을 중지하며,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수도권 방위 태세가 약화한 마당에 복무기간 단축으로 야전부대가 비숙련 신병 위주로 될 위험성도 매우 크다.
위중한 시기를 맞아 지난 5일 국방부 장관이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 준비를 체계적·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의적절하다. 다만, 전작권 전환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 위협 제거 및 남북 간 신뢰 구축과 맞물려 추진돼야 하고, 한·미 동맹의 신뢰가 뒷받침되는 여건에서 추진될 사안이다.
그렇다면 국방 차원에서의 전쟁 억지력 강화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가장 먼저, 미군의 공중작전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작전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지상군 임무를 감당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능력을 정책과 예산을 통해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 종심지역 작전은 우리 군이 주도하고, 개전 초기 미 해·공군력 주도로 전략적 목표에 대한 타격을 하도록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효율적으로 운영 중인 한·미 연합사단처럼 해·공군의 경우도 연합여단 편성을 추진해 전술 제대에서의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군은 연합전투비행단, 해군은 연합전단, 해병대는 연합여단, 육군은 연합특전여단 규모로 창설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사단급보다는 작은 규모로 각 군에 추가적인 연합부대를 더 창설하자는 안이다. 지휘체계는 각 구성군사령부 직할부대로 하고, 편성은 연합사단을 모델로 한·미 각 1 대 1 정도로 하면 될 것이다. 이는 한·미 동맹의 공고화, 평시 훈련의 강화, 주한미군 철수 논쟁 예방 차원에서 중요한 접근 전략이다.
지금이야말로 ‘평화를 논할 때가 바로 국방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야 할 때’라고 경고한 병가(兵家)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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