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전국부장

정선아리랑의 고장인 강원 정선군의 가리왕산이 시끄럽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활강 경기가 열린 경기장 진입로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고,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투쟁위원회는 한 달째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선 군의회와 이장 협의회 등 지역 161개 단체로 구성된 ‘정선 알파인 경기장 원상복원반대 투쟁위원회’는 지난해 12월 9일부터 산림청의 경기장 전면복원 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2000억 원이 넘게 투입된 가리왕산 스키 경기장은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사용 허가 기간이 만료돼 법적으로 불법 시설물이며, 산림청은 강원도가 복원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다음 달 행정대집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을 내세웠던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1년도 안 돼 갈등의 불쏘시개가 됐다.

투쟁위는 가리왕산 경기장은 성공한 올림픽의 유산으로 남겨야 하고, 동계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이용해야지 수백억 원의 돈을 들여 철거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입장이다. 동계올림픽 이후 경기장 시설을 유지해 겨울 스포츠 메카로 성장한 올림픽 도시가 적지 않다. 미국 뉴욕주의 레이크 플래시드는 동계올림픽을 치르며 작은 산골 마을에서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스포츠 휴양 도시가 됐다. 반대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는 대회 이후 활강 경기장 시설물 철거와 복원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과 정책 혼선을 빚었다.

가리왕산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을 둘러싼 갈등은 이미 올림픽 준비 때부터 잉태된, 예정된 문제였다. 산림청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 가리왕산에 스키 경기장을 건설하도록 산지 전용 허가 등을 내주면서 복구·복원을 원칙으로 하되, 경기장을 사후 활용할 경우 강원도가 올림픽 개최 전에 사전 타당성 평가 및 대책을 마련해 중앙산지관리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했다. 강원도는 몇 년을 끌다가 평창올림픽을 한 달 앞둔 지난해 1월에야 관련 계획서를 제출했고, 이마저도 심의위에서 보류 판정을 받아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올림픽만 성공적으로 치르면 무슨 문제든 다 해결될 수 있다는 성과 지상주의가 낳은 결과다. ‘떼법’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림청이 이달 말 이후 가리왕산 스키장에 대한 행정대집행에 나서면 주민과 충돌, 공권력 동원, 손해 배상 청구, 상경 투쟁, 여론 양분, 단식 투쟁 등의 순으로 갈등이 증폭할 것이 뻔하다. 제주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사드(THAAD) 배치 반대 투쟁, 세월호 침몰, 쌍용자동차 사태 등이 이런 수순을 걸었거나 걷고 있다.

우리나라 갈등 지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면 실질국내총생산이 0.3%포인트 올라가고,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손실이 연간 82조 원에서 최대 246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주휴 수당 인정, 탈원전 정책 등을 밀어붙이며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다. 꼭 필요한 정책이라면 선의의 결과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통과 정당한 절차를 거치며 사회적 합의를 끌어낸 뒤 추진하는 것이 갈등과 비용을 줄이는 일이다. 평창올림픽은 진행형이며 미완의 올림픽이다.

ybk@
유병권

유병권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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