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박능후(왼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대한항공에 주주권 행사” 의미

수탁자책임위 행사방식 논의
임원 선·해임까지 적용 촉각

국민연금, 한진칼 3대 주주
국내 주식시장 영향력 막강

‘관치 확대 가능성’ 잇단 지적
“기금운용 투명성부터 확보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16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적용을 검토키로 하면서 전문가 단체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구체적인 주주권 행사 방식을 논의하게 된다. 주주권 행사 방식이 최종 결정되면 국민연금이 단순한 투자자에서 사내이사 해임은 물론 선임 등을 제안할 수 있게 되는 경영 참여로 확대된다. 큰손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적극적인 경영 참여에 나설 경우 국내 기업 전반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또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의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인 만큼, 기업 경영 자체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연금사회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주권 행사방식 수탁자책임위서 상세 검토 = 수탁자책임위는 박상수(경희대 교수) 위원장을 포함해 주주권 행사 분과의 총 9명의 전문가가 주주권 행사 방식 등을 검토한다. 수탁자책임위는 기금운용위가 의결한 ‘수탁자책임 원칙’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등에 따라 주주활동을 마련하게 된다. 수탁자책임위가 행사할 수 있는 주주권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해 명시해 놓은 투자 목적인 단순투자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다. 다른 한 가지는 △임원 선임·해임 △직무 정지 △정관 변경 △회사 합병·분할 △주식 이전·교환 등 총 10가지의 적극적인 주주권(경영 참여) 행사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기금의 장기수익성 제고를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며 “이후 논의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투명하게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주주권 행사의 첫 사례가 될 수 있고, 전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풍부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논의할 수 있도록 수탁자책임위의 토론에 부치기로 했다”며 “전문위에서 나온 결과를 보고 올해 주총에 반영될 수 있는지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 주주제안’ 예상 =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17.84%)을 포함한 특수 관계인(28.93%),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10.71%)에 이어 3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하고 있고 육상운송회사인 ㈜한진 지분 7.41%도 갖고 있다. 한진그룹 입장에선 국민연금과 KCGI의 결합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만일 국민연금에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경우 KCGI 펀드와 함께 한진칼이나 ㈜한진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과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진칼과 달리 지배구조보다는 재무구조 개선, 부동산 자산 처분, 보유 상장 주식 처분, 택배 부문 자동화 설비투자 확대, 전문경영체계 강화 등 사업적인 측면에서 주주제안에 집중할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연금사회주의 우려도 =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이 관치, 인사 개입으로 이어져 자칫 연금사회주의로 향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의 특성에 맞춰 설계됐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은 도덕적 해이로 국민경제를 벼랑 끝까지 몰 수 있다”며 “정부의 인사 개입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은 같은 시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국민연금이 ‘문제 기업’에 경영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용권·조재연·유회경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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