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 중대한 조약 위반”
러 “책임 명백하게 美에 있어”
中포함 조약 추진도 어려울듯


미국과 러시아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협상에서 서로의 시각차만 확인한 채 합의점을 찾지 못해 INF 폐기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INF 탈퇴가 현실화되면 핵미사일 통제장치가 일단 사라져 국제사회가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INF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국은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로이터통신,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미·러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INF 유지를 위한 전문가 협상을 개최했지만 상대방에 대한 비난만 쏟아낸 채 회담을 끝냈다. 이날 협상에 미국은 군축·국제안보 담당 안드레아 톰슨 국무차관, 러시아는 대미 관계·군비통제 문제를 관할하는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이 각각 참석했다.

톰슨 차관은 회담 후 “러시아가 중대한 조약 위반을 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 역시 “책임은 명백하게 미국에 있다”며 “미국에 다음 회담을 제안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987년 체결된 INF는 단거리(사거리 500∼1000㎞) 및 중거리(1000∼5500㎞)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시험·배치를 전면금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가 2017년 실전 배치한 SSC-8(러시아명 노바토르 9M729) 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2000∼5000㎞라며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속한 발사대 MK-41이 사거리 2400㎞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함에 따라 INF는 폐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INF를 탈퇴하겠다고 발표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같은 해 12월 러시아가 INF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준수하지 않으면 60일 내 조약 준수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러시아에 제시한 요구조건의 최종시한은 오는 2월 2일이다. INF는 미·러 가운데 한 나라가 상대국에 탈퇴를 공식 통보하면 6개월 뒤 파기된다.

INF가 폐기될 경우 중국 등 제3국을 포함한 새 군축조약이 추진될 전망이지만 중국 등의 반발로 현실화되기 쉽지 않다. INF가 미·러의 지상 배치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 증강을 억제해왔던 것과 달리 중국 등은 제약 없이 해당 전력을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INF 탈퇴 이유로 중국 등이 빠진 한계를 지적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 등의 합류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중국은 “INF는 미·러 양자 간 문제”라며 조약 가입 요구를 거절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김남석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