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한·일(韓日) 관계가 나빠져도 식민지배 등 과거사와 관련된 부분에 국한됐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기본 가치는 물론 안보 분야까지 급속히 멀어지고 있다. 한·미·일 삼각 협력 축(軸)의 붕괴로 갈 수 있는 위험한 국면이다. 한국과 일본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 공유가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과 북한의 사회주의·전체주의 공세를 막아내야 할 최일선이기 때문이다. 탈냉전 시대에 모든 나라가 자국 이익을 앞세워 복잡한 경제·외교전을 벌이고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은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체제의 연대다. 대한민국 입장에선 더욱 절실한 과제다.

국방부가 15일 발간한 ‘2018 국방백서’의 한·일 관계 부분에서 기존 백서에 있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기본 가치 공유’ 표현이 사라진 것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일본 행태에 맞대응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심사숙고해야 할 측면이 많다. 최근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갈등이 ‘레이더 논란’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이 지경까지 왔다. 과거 국방백서엔 안보 협력 순서가 미국 다음에 일본이었는데, 이번엔 미·중 다음에 일본으로 바꿨으며, 일본과 ‘북핵·미사일 위협’에 협력한다는 내용도 빠졌다. 일본도 피장파장이다. 지난달 발표된 ‘2018년 방위계획의 대강’에는 기존 방위 대강에 있던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 기본적 가치와 안보상의 이익 공유’ 표현이 없어졌다. 미국 다음이었던 안보 협력 순서도 미국·호주·인도는 물론 동남아 국가에도 밀렸다. 감정이 앞선 듯한 이런 장군멍군 식 대응은 양국 모두에 자해 행위다.

일본은 북핵·미사일 대응에 유용한 자산을 가지고 있어 한국 안보에 매우 절실하다. 한·미 동맹 차원에서도 필수적이다. 최소한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는 한·일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게 깨지면 한국의 안보 이익 훼손이 훨씬 심각하다. 신(新)애치슨 라인을 자초하게 된다. 안보에 있어서 일본을 적대시하면서 ‘기본 가치’가 다른 중국을 중시하면 남·북·중 동맹 오해까지 받을 수 있다. 안보가 감정에 휘둘려서는 결코 안 된다. 문 정부는 일본과 협의해 ‘자유민주주의 가치 공유’를 되살려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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