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15일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대면해 대화를 나눴다는 의미를 빼면,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한 행사였다.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이 대한상공회의소에 집결해 버스를 타고 가선 줄지어 노영민 비서실장과 인사하는 모습부터 보기 민망했다. 청와대 호출에 불려 나와 병풍처럼 대통령 주변에 배치된 모습도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보던 장면이다. 참석 경제인 가운데 상당수는 외국 정상들과 독대도 어렵지 않다. 이런 기업인들을 128명이나 불러 모아 놓고, 짧은 시간에 자유토론을 하겠다는 발상부터 무리였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최근의 투자지표 부진을 거론하며 신산업과 신기술, 신제품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당부했다. 그러나 기업인들의 규제 혁파 요구엔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않거나 외면했다. 지역 상의 회장들은 최저임금 과속과 근로시간 단축의 고충을 호소하며 지역·업종·규모별 차등 적용 등을 건의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탈원전으로 고사 위기에 빠진 원전 기업 회생을 위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요구한 창원상의 회장의 요구는 사실상 거부됐다. 남은 건 대통령 주문뿐이다.

현 경제 상황은 온통 먹구름이다.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나서지 못하는 건 대외 악재가 커지는 상황에서 문 정부 정책이 기업활동을 옥죄고 있어서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인건비를 다락같이 올려놓고, 규제 신설로 경영권을 흔들고, 진입장벽을 방치해 신산업을 좌절시켜온 문 정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속도조절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이날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 중단을 밝혔다. 이익집단의 반발과 정부의 방치로 차량공유뿐 아니라 헬스케어·핀테크·빅데이터 등 혁신산업은 동남아보다 못한 수준으로 좌초 중이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규제 혁신 부분은 대한상의와 정부가 TF를 구성해 하나하나 검토해가자”고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정부에 규제개혁 리스트를 제출한 것만 39번”이라고 했다. 규제 혁파 진정성이 있다면 당장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문제도 해답도 진작 나와 있는데도 TF 운운하는 건 책임 회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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