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카운트다운, 여러분의 첫날은 어땠나요. 비행을 시작한 이후로는 새해의 시작을 실감하기 어려웠다. 항상 12월의 마지막 날은 해외의 어느 호텔에 있거나 혹은 비행기 안에서 열심히 일하며 보냈고, 그러고 한국에 돌아오면 어느덧 해가 바뀌어 새해의 이튿날이 돼 있곤 했다. 스케줄 근무를 하다 보면 ‘오늘이 며칠이지?’하며 날짜 감각이 모호해질 때가 많은데 그건 달력의 시간보다 비행시간에 리듬이 맞춰져 있을 때가 더 많은 까닭이다.
지난해엔 이례적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을 한국에서 맞이했다. 며칠간의 휴가였고, 비행을 시작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큰 의미를 두지 못하고 지나쳤던 한 해의 마지막을 막상 한국에서 맞으려니, 좋기도 하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헛헛했다. 시간은 도대체 왜 이리 빠르게 흐르는 건지. 한 해 동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은 억울함에 다이어리를 펼쳤다. 매일매일의 비행기록과 더불어 사소한 기록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대충 살지는 않았구나 싶어 가슴을 쓸어내리고, 새 다이어리에 다시 1년의 계획을 차곡차곡 적어 내려갔다. 너무 거창하지는 않게,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계획들을.
그런 후 집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청소를 시작했다.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접어두었던 신문의 칼럼과 책, 이곳저곳 전시장을 다니면서 모아두었던 입장권, 정리되지 않은 옷장, 구석에 뽀얗게 쌓인 먼지 등을 치우고 닦고 정리하면서 무사했던 한 해를 기념했다. 무탈하게 한 해를 넘겼구나. 꼭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으니 이렇게 하고 싶은 일들을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건강과 마음을 달라는 소원을 빌었고, 이어서 TV를 틀자 아나운서의 낭랑하고 달뜬 목소리를 통해 보신각의 종을 울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얼마 만인가. 보신각의 종소리라니. 평범하고 조용한 한 해의 마지막이자 새해의 시작이었다. 그러고 보니 1월 1일의 첫 출근도 새롭다. 남들은 고요한 휴식을 취할 시간. 새벽의 공기를 가르며 2019년 첫 출근길에 나섰다. 처음 하는 비행도 아닌데 괜히 긴장됐다. 그것도 가장 큰 대형기인 에어버스 380 항공기라 승무원도 승객도 많은 비행이었다. 한 해의 시작은 경건하고 매끄러워야 한다는 생각은 모두에게 마찬가지여서 오늘 하루 무사히 안전하고 좋은 비행하라는 팀장님의 말씀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탑승 준비를 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와 함께 승객 탑승까지 잘 이뤄졌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작은 해프닝이 일어났다. 원래 쇠고기와 생선으로 식사를 준비했는데, 메뉴에는 없는 돼지고기 식사가 50개나 탑재가 된 것이 아닌가.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무사히 서비스를 마쳤다. 생각해 보니 올해가 황금 돼지의 해 아니던가. 식은땀이 나는 순간이었지만, 몰래 항공기에 탑승한 돼지 손님이 있었구나 싶어 이만 하면 귀여운 첫 비행 신고식이구나 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소원이 하나 더 추가됐다. 비행 중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잘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 오늘도 변화 없는 하루에 혹시 지쳐 있는가. 그러나 단조롭게 느껴지는 일상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있어 줄 때, 또 각자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주어지는 선물이다.
대한항공 승무원
지난해엔 이례적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을 한국에서 맞이했다. 며칠간의 휴가였고, 비행을 시작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큰 의미를 두지 못하고 지나쳤던 한 해의 마지막을 막상 한국에서 맞으려니, 좋기도 하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헛헛했다. 시간은 도대체 왜 이리 빠르게 흐르는 건지. 한 해 동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은 억울함에 다이어리를 펼쳤다. 매일매일의 비행기록과 더불어 사소한 기록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대충 살지는 않았구나 싶어 가슴을 쓸어내리고, 새 다이어리에 다시 1년의 계획을 차곡차곡 적어 내려갔다. 너무 거창하지는 않게,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계획들을.
그런 후 집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청소를 시작했다.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접어두었던 신문의 칼럼과 책, 이곳저곳 전시장을 다니면서 모아두었던 입장권, 정리되지 않은 옷장, 구석에 뽀얗게 쌓인 먼지 등을 치우고 닦고 정리하면서 무사했던 한 해를 기념했다. 무탈하게 한 해를 넘겼구나. 꼭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으니 이렇게 하고 싶은 일들을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건강과 마음을 달라는 소원을 빌었고, 이어서 TV를 틀자 아나운서의 낭랑하고 달뜬 목소리를 통해 보신각의 종을 울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얼마 만인가. 보신각의 종소리라니. 평범하고 조용한 한 해의 마지막이자 새해의 시작이었다. 그러고 보니 1월 1일의 첫 출근도 새롭다. 남들은 고요한 휴식을 취할 시간. 새벽의 공기를 가르며 2019년 첫 출근길에 나섰다. 처음 하는 비행도 아닌데 괜히 긴장됐다. 그것도 가장 큰 대형기인 에어버스 380 항공기라 승무원도 승객도 많은 비행이었다. 한 해의 시작은 경건하고 매끄러워야 한다는 생각은 모두에게 마찬가지여서 오늘 하루 무사히 안전하고 좋은 비행하라는 팀장님의 말씀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서둘러 탑승 준비를 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와 함께 승객 탑승까지 잘 이뤄졌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작은 해프닝이 일어났다. 원래 쇠고기와 생선으로 식사를 준비했는데, 메뉴에는 없는 돼지고기 식사가 50개나 탑재가 된 것이 아닌가.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무사히 서비스를 마쳤다. 생각해 보니 올해가 황금 돼지의 해 아니던가. 식은땀이 나는 순간이었지만, 몰래 항공기에 탑승한 돼지 손님이 있었구나 싶어 이만 하면 귀여운 첫 비행 신고식이구나 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리고 소원이 하나 더 추가됐다. 비행 중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잘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 오늘도 변화 없는 하루에 혹시 지쳐 있는가. 그러나 단조롭게 느껴지는 일상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있어 줄 때, 또 각자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주어지는 선물이다.
대한항공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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