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욱·강민경 부부

“자기야, 나 지금 병원이야. 나 어떻게 해. 엄마가 (아이를) 지우래.”

대학교 1학년 때 수업 중 아내(강민경·현재 27·사진 왼쪽)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당시 아내는 저(이진욱·현재 27·오른쪽)와 결혼하지 않아 여자친구였죠. 혼전임신 사실을 들은 아내의 부모님은 아내를 산부인과 앞까지 끌고 갔습니다. 첫째 딸 나현이를 임신한 사실은 저희 부부 외 다른 사람들에게는 축복할 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제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합니다. 잘한 일도, 또 자랑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부끄럽지 않게 사랑했고, 부모로 책임감 있게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감히 하나 바라자면, 저희 이야기를 제 아이들이 부끄럽지 않게 생각했으면 합니다.

처음 아내를 만난 건 중학교 때였습니다. 소개팅 자리에서 아내를 보자마자 저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전 제 아내와 비교했을 때 그리 잘난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 예쁜 아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 진심은 통했습니다. 제 고집으로 아내는 저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내와 연애를 시작했던 것만큼 제 인생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학교를 자퇴한 겁니다. 저는 고등학교 입학 후 첫 모의고사에서 상위 4% 성적을 기록할 만큼 나름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흥미도 있었고요. 하지만 시쳇말로 쳇바퀴처럼 학생들을 굴리는 교육 시스템에 싫증을 느꼈습니다. 자퇴해서 남들보다 더 일찍 원하는 대학에 가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제가 자퇴한 이후 아내도 저와 같은 길을 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에게 자퇴는 나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아내와 함께 원했던 A 대학에 친구들보다 1년 일찍 들어갔습니다. 모든 게 완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캠퍼스 낭만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낭만은 짧았습니다. 대학 1학년 때, 저와 아내는 첫째 딸 나현이를 가졌습니다. 혼전임신이죠. 저희 집과 아내 집은 이 사실을 듣고 발칵 뒤집혔습니다.

미리 얘기하면 저희 둘 다 부잣집 아들딸이 아닙니다. 오히려 보통의 가족보다 좀 아래면 아래죠. 저희도 아이를 낳고 키울 경제적 여건을 생각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 저와 아내는 그게(경제적 문제가) 생명을 짓밟을 만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걱정보다 함께 잘 이겨 나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컸습니다. 그게 철이 없는 거라면, 저희는 철이 없는 게 맞습니다.

산업체에서 군 복무를 하며 10개가 넘는 자격증을 땄습니다. 동시에 학점은행제도를 활용해 공부도 마쳤습니다. 아내는 만삭의 몸으로 학교 수업을 다녔습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아내에게 중요치 않았습니다. 태어날 아이에게 혹여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오히려 좋은 생각만 했습니다. 아내가 아이를 낳는 순간까지 학업을 포기하지 않은 건 배 속 아이와 한 약속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널 숨길 이유도, 우리가 숨을 이유도 없어.’

스물일곱. 요즘 저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며 매일 가장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첫째 딸 나현이와 아들 도현이가 크는 걸 보면서 세상 가장 큰 행복을 느끼고 있죠. 이젠 부모님도 저희의 든든한 지원군입니다.

어쩌면 스무 살 이후 아내와 저는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살아왔던 거 같습니다. 나중에 첫째 딸에게 저희 부부의 이야기를 전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꼭 이 말을 전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엄마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그거면 돼.” ※이진욱 씨 사연을 1인칭 시점으로 구성했습니다.

sum-lab@naver.com

※해당 기사는 지난 한 주 네이버 연애·결혼 주제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콘텐츠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더 많은 커플 이야기를 보시려면 모바일 인터넷 창에 naver.me/love를 입력해 네이버 연애·결혼판을 설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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