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는 와 있다 / 피터 루빈 지음, 이한음 옮김 / 더난출판

경쟁 인한 스트레스 달래주고
사람처럼 ‘유대·친밀감’ 선사


기술이 지배하는 미래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바둑을 두는 알파고와 자동차를 운전하는 구글 웨이모가 일상이 되는 시대의 모습은 어떨까. 인공지능이 기사를 쓰고 예술가처럼 그림을 그리는 세상의 삶은 어떨까.

미래에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이란 예측은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일지 몰라도, 적어도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인간의 소외’에 대한 두려움 정도는 누구에게나 있다.

인공지능의 세상이 풍요를 가져온다 해도, 타인과 맺는 관계의 친밀감은 지금보다 더 희미해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수많은 SF영화가 그려낸 미래의 모습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미래 시대의 사람들은 진짜 소외와 고립 속에서 ‘단절의 세상’을 살게 될 것인가.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인간의 삶이란 그런 비극인가.

기술의 미래와 혁신을 가상현실(VR)에서 찾고 있는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질문에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저자는 가상현실이 인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게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의 관심사다. 저자는 게임이나 영상물 등에만 적용되고 있는 가상현실이 앞으로는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예를 들면 감쪽같이 구현된 가상의 현실을 통해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훌륭하게 위무할 수 있단다. 단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의 가상현실을 만들어놓고 빠르게 평화로운 명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거리나 공간 등의 제약을 뛰어넘어 다양한 이성을 가상현실 속에서 만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간과 인간이 친밀해지는 데 가상현실이 큰 도움을 줄 것이란 얘기다. 진보하고 있는 기술이, 더 구체적으로는 가상현실 분야의 기술이 보다 빠르고 보다 끈끈하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서로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하게 만들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특히 가상현실이 만들어내는 이른바 ‘현존감’에 주목한다. 가상의 현실에서 진짜와 같은 감각(현존감)을 느끼게 됨으로써 인간은 처음으로 다른 사람 없이도, 아니 진짜 사람이 없이도 유대와 친밀감을 느낄 수 있게 됐다고 감격한다.

저자의 안내로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적용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점점 더 복잡하고 기이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고 그럴 때마다 질문이 고개를 들게 된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 가상현실에서 외도를 하고 그 외도로 인해 얻은 감각이 실제와 구분할 수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불륜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럴까. 그동안 기술의 진보가 초래해온 인간의 소외를 가상현실이 치유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설사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가상으로 만든 현실을 통해 인간을 위무한다는 건 어쩌면 가짜로 현혹하는 속임수나 기억을 조작하는 사기가 아닐까. 339쪽, 1만7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박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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