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없다 / 마크 아그로닌 지음, 신동숙 옮김 / 한스미디어

미국 마이애미 비영리 장기 요양보호기관의 정신보건 책임자로 일하는 노인 정신의학 전문의인 마크 아그로닌 박사는 말한다. 나이 든다는 것은 쇠퇴가 아니라 오히려 성장이다. 우리 몸과 두뇌는 나이가 들면 기능은 퇴보하지만, 안정적으로 작용하고 어떤 측면에서는 오히려 개선된다는 것이다. 노년을 단순히 쇠락하기만 하는 시기가 아니라 나이 듦에도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노년기의 장점으로 지혜, 회복 탄력성, 창의성을 꼽았다. 인간의 두뇌는 30대 초반부터 조금씩 조직이 손상되기 시작해 60대 이후 손상 속도가 더 빨라진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손상이나 질병,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계속해서 기능할 수 있도록 일종의 보험에 해당하는 비축분을 만들어 둔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하는데 이것이 노년의 지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 나이가 들수록 회복 탄력성도 증가한다고 한다. 두뇌의 감정 조절 중추인 안와내측 전전 두피질(orbitomedial-prefrontal cortex)이 두려운 감정을 유발하는 편도체보다 우세하기 때문에 젊을 때보다 충동적인 감정을 잘 다스리고 스트레스에 노련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또한 노년엔 놀랍게도 창의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이전에 없던 통찰력이 생겨 젊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꺼렸던 방식을 새롭게 탐색하고, 이때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확산적 사고’가 강화돼 창조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기적적으로 회생해 예술혼을 불태운 화가 앙리 마티스를 예로 들었다.

저자는 늙는 것과 나이 드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저자는 나이 듦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주위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맺을 때 우리 몸과 두되는 젊은 시절 못지않게 성장을 거듭한다고 했다. 이런 조언은 늙어가는 것이 두려운 중년 이상의 독자들 마음을 일단 안심시키긴 한다. 하지만 곧 의문이 든다. 멀리 갈 것도 없고 우리 주변에서 지혜롭고, 너그럽고, 회복 탄력성이 높으면서 창의적인 노년이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노년의 삶도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320쪽, 1만5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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